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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화제 ‘돈룩업’의 실존 인물은

넷플릭스 화제 ‘돈룩업’의 실존 인물은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21-12-31 16:17
업데이트 2021-12-3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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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룩 업’에서 인기 토크쇼 진행자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왼쪽)과 틸러 페리.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영화 ‘돈 룩 업’에서 인기 토크쇼 진행자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왼쪽)과 틸러 페리.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명의 천문학자가 6개월 후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공멸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지만 아무도 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정치인들과 언론은 이 불편한 진실을 왜곡하고 가공해 각자의 욕망에 이용하려 할 뿐이다.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현실을 풍자한 애덤 맥케이 감독의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이 화제다. 지난 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1억 1103만 시간 재생되며 94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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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후 지구에 충돌할 혜성을 발견하고 놀란 천문학자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6개월 후 지구에 충돌할 혜성을 발견하고 놀란 천문학자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블랙코미디인 돈 룩 업은 지구가 멸망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로 실존 인물을 그리지 않았다. 하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어디선가 많이 본 현실 속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인터넷 영화매체 스크린랜트(Screenrant)와 영국 연예매체 덴오브긱(Den of Geek)을 참고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실존 인물과 닮았는지 분석했다.

● 제니퍼 로렌스는 그레타 툰베리를 연기했다?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지구와 충돌할 ‘행성 침략자’ 디비아스키 행성을 처음 발견한 천문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이다. 냉소적인 성격의 디비아스키는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연상케 한다.

디비아스키는 다이어트 앱에 지구와 혜성의 충돌 시간을 입력해놓고 6개월 후면 인생이 끝장난다는 사실에 하루 5번씩 울음을 터뜨리며 괴로워한다. 인기 있는 생방송 토크쇼에 출연해 혜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지만 이를 가벼운 농담으로 다루는 진행자들에게 화를 내며 “우리 모두 100% 죽고 말 거다”라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그를 미치광이, 웃음거리로 소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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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룩 업’의 백악관 회의 장면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영화 ‘돈 룩 업’의 백악관 회의 장면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디비아스키는 혜성 충돌의 진실에 관심이 없는 미국 대통령과도 설전을 벌인다. 인류를 구원할 수만 있다면 중간선거에 이길 목적으로 활용해도 좋다며 적극적으로 돕기도 한다.

그의 모습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탄소배출을 중단해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는 툰베리와 닮았다. 학교에 가는 대신 기후위기 대책을 요구하는 ‘금요결석시위’로 주목받은 툰베리는 국가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고 호소하고 탄소 감축에 무신경한 지도자들은 ‘블라 블라’ 떠들기만 한다며 냉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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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 환경운동가. AP 연합뉴스
그레타 툰베리 환경운동가.
AP 연합뉴스
기후위기를 부인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며 파이터의 면모도 과시했다. 기후위기를 믿지 않거나 위험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기후 회의론자들은 툰베리가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요구한다고 비판하거나 감정에 소구한다며 조롱하고 공격한다.

욕하며 비웃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대중 콘서트와 집회를 열고 연대하는 디비아스키와 툰베리는 상당히 흡사하다.

● 영락 없는 여자 트럼프, 메릴 스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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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룩 업’에서 재니 올린 미국 대통령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이 대중 연설을 하는 장면.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영화 ‘돈 룩 업’에서 재니 올린 미국 대통령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이 대중 연설을 하는 장면.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메릴 스트립은 돈 룩 업에서 미국 대통령인 재니 올린을 맡았다. 언뜻 힐러리 클린턴을 떠올리게 하지만 보다 보면 영락 없는 여자 트럼프다. 리얼리티 TV쇼의 스타로 떠올라 백악관까지 입성한 올린은 TV쇼 어프렌티스에서 “넌 해고야”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킨 트럼프에 대한 패러디다.

국가수반이지만 과학적 진실을 무시하는 그의 모습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를 연상케 한다. 중간선거 캠페인에서 야구모자를 쓰고 지지자들 앞에서 손을 흔드는 올린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쓴 트럼프와 똑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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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03년 5월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이라크 전쟁 종전 선언을 하고 있다. 2021.12.31  AP 연합뉴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03년 5월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이라크 전쟁 종전 선언을 하고 있다. 2021.12.31
AP 연합뉴스
미국의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를 꼬집는 장면도 등장한다. 부시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을지 모른다는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구실 삼아 이라크 침공을 준비한다. 2003년 3월 미군의 침공이 시작됐고 후세인 정권은 두달 만에 무너진다. 승리에 의기양양해진 부시는 전투기 조종복을 입고 항공모함인 링컨함에 내리는 등 정치 쇼를 벌인다. 그는 ‘임무 완료(mission accomplished)’라는 배너가 걸린 항모에서 종전을 선언한다. 돈 룩 업에서 올린 대통령이 항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혜성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며 비장미를 연출하는 장면과 유사하다.
‘자유의 메달’ 받는 메릴 스트립
‘자유의 메달’ 받는 메릴 스트립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에게 ‘자유의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2014.11.25
AP 연합뉴스
맥케이 감독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도 빼놓지 않았다. 대중 앞에 금연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백악관 회의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올린의 모습은 2016년 주요7개국(G7) 회담에서 담배를 들고 있는 듯한 사진이 찍힌 오바마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백악관은 오바마가 들고 있던 물건이 담배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린이 혜성을 최초 관측한 천문학자 두 사람이 미시건주립대 출신이라고 하자 하버드, 프린스턴 등 명문대에 다시 알아보라고 지시하는 것도 아이비리그 출신들을 신뢰하고 중용한 오바마에 대한 풍자로 읽힌다.

● 엄마 대통령 옆에 아들 비서실장=트럼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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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룩 업’에서 미국 대통령의 아들이자 백악관 비서실장을 연기한 조나 힐.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영화 ‘돈 룩 업’에서 미국 대통령의 아들이자 백악관 비서실장을 연기한 조나 힐.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올린 대통령의 아들이자 백악관 비서실장인 제이슨 올린은 트럼프의 자녀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쉬너를 한데 합친듯한 인물이다. 조나 힐이 대통령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백악관에 들어가 주요 정책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 일정을 관리하는 문고리 권력을 밉상스럽게 소화했다. 트럼프의 자녀들은 그림자 대통령, 퍼스트레이디라고 불릴 정도로 트럼프를 가깝게 보좌하며 정책 결정을 주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둘러보는 이방카 트럼프
판문점 둘러보는 이방카 트럼프 이방카 트럼프(오른쪽) 백악관 보좌관이 남편 재러드 쿠쉬너와 함께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2019.6.30
연합뉴스
● 우주여행에 매료된 억만장자는 머스크?
마크 라이언스가 연기한 피터 이셔웰은 해마다 최첨단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배시(Bash)의 최고경영자(CEO)이다. 올린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대는 후원자로 혜성 폭파 계획까지 좌지우지한다. 우주여행에 빠져 민간 우주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기후위기보다는 돈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전형적인 기업인의 모습을 보인다. 2026년 화성 이주 계획을 세우고 우주 탐사에 올인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라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스마트폰을 들고 웃고 있는 뒷줄 두 번째 인물이 영화 ‘돈 룩 업’에서 억만장자 기업인 피터 이셔웰(마크 라이언스).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스마트폰을 들고 웃고 있는 뒷줄 두 번째 인물이 영화 ‘돈 룩 업’에서 억만장자 기업인 피터 이셔웰(마크 라이언스).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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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셔웰이 배시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한 사람의 죽음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장면에서 지금은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를 떠올린 관객도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8년 이용자 5000여만명의 개인정보 수집해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내부 고발이 터져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 뉴욕타임스와 아침 토크쇼도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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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룩 업’에서 토크쇼에 출연해 혜성 충돌에 대해 이야기 하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오른쪽 두 번째)와 제니퍼 로렌스(오른쪽).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영화 ‘돈 룩 업’에서 토크쇼에 출연해 혜성 충돌에 대해 이야기 하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오른쪽 두 번째)와 제니퍼 로렌스(오른쪽). 2021.12.31
돈 룩 업 스틸사진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브리 에반티와 틸러 페리가 연기한 잭 브레머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토크쇼 ‘더 데일리 립’의 진행자로 등장한다. 무겁고 심각한 뉴스라도 무조건 가볍게 다루는 이들의 모습은 미국의 아침 토크쇼들을 흉내낸 것처럼 보인다. 브리 역은 MSNBC ‘모닝 조’의 여성 진행자 미카 브레진스키와 흡사하며 브레머 역은 ABC ‘굿모닝 아메리카’의 마이클 스트라한 또는 모닝 조의 조 스카버러를 본뜬 캐릭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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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룩 업’의 한 장면
영화 ‘돈 룩 업’의 한 장면 2021.12.31 스틸사진
하지만 맥케이 감독은 베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언론 전반을 풍자한 것이지 특정 인물을 묘사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천문학자들의 주장을 보도하려다 철회한 매체 뉴욕 헤럴드는 뉴욕타임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시인했다. 맥케이 감독은 뉴욕타임스가 기후 회의론자인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슨을 고용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뉴욕타임스가 그를 고용한 것에 엄청난 수치심을 느낀다”며 “당신이 그 신문의 편집국장이라면 ‘우린 (기후변화 때문에) 망했다’라는 제목을 달자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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