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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행렬 따르던 여덟 살 소년도 끝내, 위스콘신주 워커샤 비극

성탄 행렬 따르던 여덟 살 소년도 끝내, 위스콘신주 워커샤 비극

임병선 기자
입력 2021-11-24 11:58
업데이트 2021-11-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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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느슨해져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워커샤에서 개최된 성탄 축하 행렬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해 23일 끝내 숨진 여덟 살 소년 잭슨 스파크스. 고 펀드 미 홈페이지 계정 캡처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느슨해져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워커샤에서 개최된 성탄 축하 행렬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해 23일 끝내 숨진 여덟 살 소년 잭슨 스파크스.
고 펀드 미 홈페이지 계정 캡처
코로나19로 갑갑한 일상을 보내던 여덟 살 소년은 봉쇄 조치가 완화된 덕에 오랜만에 마을에서 개최하는 성탄 축하 행렬에 나섰다. 열두 살 형 터커의 손을 잡고 자신들이 속한 야구팀의 일원으로 행진했다. 그게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미국 위스콘신주 워커샤에 사는 잭슨 스파크스가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한 남성이 성탄 축하 행렬을 향해 돌진시킨 차량에 받혀 병원으로 옮겨져 그날 곧바로 뇌수술을 받았으나 23일 끝내 숨을 거뒀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희생자는 6명으로 늘었는데 스파크스가 가장 어린 희생자다. 모두 60명 이상이 다쳤다.

가족들은 함께 다친 형 터커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희생자들은 버지니아 소렌슨(79), 리앤나 오웬(71), 제인 쿨리치, 태마라 두런드(이상 52), 빌헬름 호스펠(81)이다. 이 가운데 세 여성은 할머니 댄싱클럽 회원들로 행렬을 따라 춤추며 걷다 변을 당했다. 경찰은 부상자 중 18명은 어린이들이라고 밝혔다. 중환자도 여럿이라고 덧붙였다.

어처구니없는 범행을 저지른 대럴 브룩스(39)는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나서 인정심문을 받았는데 눈물을 떨궜다. 그에게는 의도적 살인 등 다섯 가지 혐의가 제기됐는데 검찰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보석 증거금은 이 주에서 뿐만아니라 네바다주에서도 그의 범죄 전력이 워낙 많아 500만 달러로 책정됐다. 경찰은 그가 의도적으로 군중 쪽으로 차량을 돌진시켰다고 봤다. 테러 의도는 아니었다. 가정폭력 혐의로 경찰에 쫓겨 달아나다 성탄 축하 행렬을 보고 화가 나 엑셀러레이터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봤다는 한 경관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가능한 많은 사람을 칠려고 작정한 행동이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자살 방지 장구를 착용하고 법정에 들어선 브룩스는 행렬로 돌진해 길을 뚫으려 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판사가 제기된 혐의 하나로도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고지하자 울먹였다.
가정폭력 시비로 경찰에 쫓기다 미국 위스콘신주 워커샤에서 성탄 축하 행렬에 나선 사람들을 자동차로 치여 죽거나 다치게 만든 대럴 브룩스가 23일(현지시간) 법정에 나서 인정심문을 받은 뒤 떠나려 일어서고 있다. 워커샤 풀기자단 로이터 연합뉴스
가정폭력 시비로 경찰에 쫓기다 미국 위스콘신주 워커샤에서 성탄 축하 행렬에 나선 사람들을 자동차로 치여 죽거나 다치게 만든 대럴 브룩스가 23일(현지시간) 법정에 나서 인정심문을 받은 뒤 떠나려 일어서고 있다.
워커샤 풀기자단 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범행 이틀 전에도 이달 초 가정폭력 시비 끝에 아이 엄마를 공격한 혐의로 보석금 1000달러를 부과받았다. 밀워키 카운티 지구 검찰의 존 크리스홈은 이 증거금이 부적절하게 낮다면 더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원인 그는 평소 보석 증거금을 낮게 책정해 범죄자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을 변론할 기회를 갖는 것이 합리적이란 소신을 갖고 있었다. 이 재판에 앞서서도 그는 조카와 다른 이에게 총을 쏜 혐의로 보석 재판을 받고 있었다. 1997년 이후 범행 건수만 10건이었다.

브룩스가 축제 행렬을 덮치기 20분 전에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그는 한 집주인에게 집안에 들어가 전화를 쓸 수 있느냐고 묻는 모습이 나온다. 그 주인은 샌드위치를 만들어주고 재킷을 빌려주는데 그는 그런 친절을 받고도 어처구니없는 참극을 일으켰다. 이웃들이 불편해 브룩스에게 떠나라고 요청한 뒤 신고했는데 경찰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참극을 막지 못했다고 NBC뉴스는 전했다.

한 살 아들과 함께 행렬에 참가했던 타일러 메드라노는 22일 희생자 추모 집회 도중 차량이 덮쳤을 때 몇m 떨어져 있어 변을 모면했다며 “사람들이 바로 내 앞에서 쓰러지고, 자동차 후드 위로 붕붕 날아가는 것을 목격했다. 평생 잊지 못할 이미지들”이라고 돌아봤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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