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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뇌 5분의 1 잃었어도 사형 집행된 어니스트 존슨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뇌 5분의 1 잃었어도 사형 집행된 어니스트 존슨

임병선 기자
입력 2021-10-07 07:26
업데이트 2021-10-0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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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두개골에는 구멍이 나 있었으며 뇌 5분의 1 정도가 없었다. 2008년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후유증이었다. 미국 미주리주 교정국이 5일(이하 현지시간) 세인트프랑소와 카운티 본 테레의 주립 교도소에서 사형을 집행한 어니스트 존슨(61)은 지적 장애인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코리 부시와 에마누엘 클리버 두 민주당 하원의원, 민주당 소속 밥 홀덴 전 미주리주 지사까지 나서 형 집행을 말렸지만 교정당국은 귀기울이지 않았다.

교정국은 이날 오후 강력한 신경흥분 억제 약물 펜토바르비탈을 그에게 주사 놓았다. 절차가 시작되자 참관인들을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던 존슨은 약물 주입 후 호흡이 가빠지더니 몇 초 만에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교정국은 약물 투여 9분 만인 오후 6시 11분 사망 선고를 내렸다. 교정국 대변인은 존슨의 변호사와 희생자 3명의 친인척 4명 등이 존슨의 처형 모습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참관인들은 형 집행 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존슨은 마지막 편지에 ‘미안하다. 내가 한 일을 정확히 기억한다. 이에 대해 후회한다. 반성한다’고 적었다. 가족과 친구들을 사랑하며 변호인 등 자신을 위해 기도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형 집행 방법으로 총살을 원했지만 지난 8월에 교정국은 이를 거부했다.

그는 미주리주 컬럼비아 시에서 끔찍한 강도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법원 기록에는 1994년 2월 12일 존슨이 마약 살 돈을 구하기 위해 여자친구의 18살 아들에게 총을 빌려 집을 나섰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마약을 흡입하고 주유소 폐점 시간을 기다리던 존슨은 마지막 손님이 떠나자 직원 3명이 근무 중인 매장 안으로 진입했다. 프로파일러와의 대화를 통해 존슨은 금고 열쇠가 없다던 주유소 직원이 열쇠를 변기에 흘려보내려는 것을 보고 화가 났으며, 이에 총기를 난사하고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존슨의 범행으로 주유소 매니저 메리 브래처(46)와 직원 메이블 스크럭스(57), 프레드 존슨(58) 등이 목숨을 잃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근처를 수색하다 피 묻은 장갑과 의류, 드라이버 등을 발견했으며 사건 몇 시간 만에 여자친구 집에서 존슨을 체포했다. 압수수색 과정에 현금 443달러(약 50만원)가 든 가방과 불에 탄 수표, 사건 현장에서 나온 족적과 일치하는 존슨의 테니스화를 압수했다.

법원은 2006년까지 세 차례 재판에서 존슨에게 모두 사형 선고를 내렸다. 변호인은 지적 장애를 들어 형 집행 중지를 요구했다. 뇌를 잃어 오히려 더한 고통을 느낄 수 있어 비인도적이란 이유를 들었다. 또 존슨 처형은 지적장애인의 사형을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 8조에 위배된다는 2002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달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존슨은 ‘태아 알코올 증후군(FAS)’을 갖고 태어났다. FAS는 임신 중인 여성의 과도한 음주로 태아에게 신체적 기형과 정신적 장애가 나타나는 선천성 증후군이다. 이 때문에 약간의 지적 장애가 있었던 존슨은 2008년 종양 제거 수술로 뇌의 5분의 1을 잃었다. 변호인은 그의 지능이 네 살 어린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리인은 지난주에 마이크 파슨 미주리주 지사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교황은 인간 존엄성과 신성불가침 영역에 대한 사실을 고려해주기 바란다”며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미주리주 대법원은 존슨 측의 탄원을 여섯 차례에 걸쳐 기각했다. 연방 대법원 역시 형 집행 당일까지 이어진 변호인의 호소에도 형 집행을 강행해도 좋다고 판단했다.

2019년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0%가 사형 대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종신형을 더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어서 많이 바뀌었음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미국의 사형 집행은 계속되고 있다. 존슨의 사형은 올해 들어 미국에서 집행된 일곱 번째 형 집행이며, 앞서 형 집행은 텍사스주와 연방 차원에서 각각 3건씩 이뤄졌다. 부시 의원은 미주리주에서는 백인과 흑인의 똑같은 살인을 저질렀을 때 흑인이 백인보다 일곱 배나 더 중한 처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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