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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꼭두각시를 거부한다”...기시다 日총리, 극우인사 외면한 이유는?

“아베의 꼭두각시를 거부한다”...기시다 日총리, 극우인사 외면한 이유는?

김태균 기자
입력 2021-10-06 21:56
업데이트 2021-10-0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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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당정 인사에서 과거사 망언 인사들 외면
‘인사 굴욕’ 아베, 당내 입지 약화 가능성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 도쿄 AP 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 도쿄 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64) 전 외무상이 일본의 제100대 총리(집권 자민당 총재)에 오르는 과정에서 아베 신조(67) 전 총리가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새로 구성된 당·정 핵심포스트 인사에서 본인의 희망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이 정가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정가 소식통을 인용해 “아베 전 총리가 자민당 간사장에 다카이치 사나에(60) 전 총무상을, 관방장관에 하기우다 고이치(58) 문부과학상을 임명하려고 했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여당의 2인자(간사장)와 정부의 2인자(관방장관) 자리를 모두 자기 측근들로 채우려 했던 아베 전 총리의 야심이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아베 전 총리는 이달 말 치러질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이 중요하다고 판단, 자신과 정치적 신념이 비슷한 다카이치와 하기우다 두 사람을 각각 당정의 중심축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당내에서도 알아주는 극우 성향 인사들로, 위안부 만행이나 난징대학살 등 과거사를 부정하는 언동을 자주 해왔다.

하지만, 실제 인사에서는 아마리 아키라(72) 당 세제조사회장이 간사장에, 마쓰노 히로카즈(59) 전 문부과학상이 관방장관에 임명됐다. “지나치게 보수 색채가 짙은 인선은 주류 의견에 반하는 것”이라는 당내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베 전 총리와 같은 파벌(호소다파)의 거두 모리 요시로(84) 전 총리의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정무조사회장으로, 하기우다 문부상은 경제산업상으로 당초 계획보다 강등된 상태로 인사가 이뤄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인선을 통해 아베 전 총리가 자기 파벌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 역사상 최장기 총리를 지냈던 아베 전 총리의 향후 행보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조회장 자리를 얻은 다카이치의 입지도 제약될 공산이 크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의 선거공약이나 경제대책 등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여기에 별로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도쿄 AP 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도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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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와 손잡고 있는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하기우다 고이치 홈페이지>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와 손잡고 있는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하기우다 고이치 홈페이지>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 측 인사들을 간사장과 관방장관에서 배제한 것을 두고 보수 자민당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자신의 컬러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역점을 두었던 군비 증강보다는 경제와 민생을 더 중시하는 온건 파벌(고치카이)을 이끌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4일 총리 취임 회견에서 중국에 대해 좀더 공격적인 발언을 해주기를 바랐던 당내 강경파들의 바람과 달리 “중국은 일본에 있어 중요한 나라이며, 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발언하고, ‘성장’보다는 ‘분배’를 강조하며 새로운 자본주의 추구를 역설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도통신이 지난 4~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정권, 스가 요시히데 정권의 노선을 계승하지 않고 새롭게 전환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70%에 달했다.
김태균 선임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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