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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41년 만에 재심…“헌정유린 다신 없어야”

‘노동운동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41년 만에 재심…“헌정유린 다신 없어야”

오세진 기자
입력 2021-09-09 14:54
업데이트 2021-09-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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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신군부 헌정질서 파괴범죄 저지한 것”
아들 전태삼씨, 법정 출석해 울먹이며 발언

사진은 2012년 9월 3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고 이소선 여사 1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 2012.9.3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은 2012년 9월 3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고 이소선 여사 1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 2012.9.3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고 이소선(1929년~2011년) 여사가 1980년 계엄 당국의 허가 없이 옥내외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군법회의에 회부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이 9일 열렸다. 고인이 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확정된 지 41년 만의 일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홍순욱 부장판사는 지난 1980년 12월 6일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가 이 여사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한 사건의 재심 첫 공판을 이날 오전에 진행했다.

이날은 전국연합노조 청계피복지부(청계피복노조)의 조합원들이 44년 전인 1977년 9월 9일 당시 박정희 정부의 탄압 대상이었던 청계피복노조 노동교실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에 맞서다 크게 다치고 50여명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날이기도 하다. 청계피복노조는 이 여사가 1970년 11월 27일 결성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 여사는 41년 전인 1980년 5월 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도서관에서 500여명의 학생들이 개최한 시국 성토 농성에 참석해 청계피복노조 결성 경위와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 등에 대해 연설을 했다. 이후 5일 뒤인 1980년 5월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회관에서 조합원 600여명과 합세해 “노동3권을 보장하라”, “동일방직 해고 근로자 복직시켜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이 여사를 계엄포고령 위반죄로 군법회의에 회부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9월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소선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 온 시민들이 분향하고 있는 모습. 2011.9.4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은 지난 2011년 9월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소선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 온 시민들이 분향하고 있는 모습. 2011.9.4 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지난 4월 재심을 청구한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전두환 등이 12·12 군사반란으로 군의 지휘권을 장악한 후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저지른 일련의 행위는 군형법상의 반란죄, 형법상의 내란죄로서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해당한다”면서 “피고인(이 여사)의 행위는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 또는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8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2001년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 또는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8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선고한 적이 있다.

재판부는 비록 제출 증거가 이 여사에게 징역 1년 형을 선고한 1980년 당시 군법회의 판결문뿐이지만 이 여사가 1980년 5월 4일과 9일 집회를 한 동기와 목적 등의 경위를 설명하는 다른 자료들을 검사와 변호인이 제출하면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계엄포고가 처음부터 위헌이고 위법하여 무효이므로 그 계엄포고에 따라 처벌된 범죄는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속행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1980년 계엄당국이 고 이소선 여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사건의 재심 첫 공판이 열린 9일 오전 이 여사의 아들인 전태삼씨가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에서 재판 방청 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1980년 계엄당국이 고 이소선 여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사건의 재심 첫 공판이 열린 9일 오전 이 여사의 아들인 전태삼씨가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에서 재판 방청 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재판부는 이어 당시 법정에 있던 전태삼(71)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물었다. 전태삼씨는 이 여사의 아들이자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다. 전씨는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전태삼씨는 “전두환 신군부가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려 어머니가 한 달 가까이 피신했는데, 나중에 어머니가 붙잡혀 서울 형무소(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 어머니가 오라(포승줄)에 몸이 묶인 채 총검을 든 수도경비사령부 군인들 사이로 그 작은 몸을 이끌고 지나가시던 모습이 지금도 너무 눈에 선하다”면서 “권력이 헌정을 유린하는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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