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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 고 이선호군 장례 아직 못 치러…“원청직원 ‘지시 안했다’ 주장”

평택항 고 이선호군 장례 아직 못 치러…“원청직원 ‘지시 안했다’ 주장”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6-15 09:54
업데이트 2021-06-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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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선호 씨 조문하는 참석자들
고 이선호 씨 조문하는 참석자들 1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평택항에서 작업 중 숨진 고(故) 이선호 씨 추모기도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1.5.19 연합뉴스
지난 4월 평택항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작업 중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고 이선호(23)씨가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유가족이 밝혔다.

사고 55일째인 15일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아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면서 “(지난 9일) 49재를 치르면서 아들의 영혼은 떠나보냈지만 육신은 떠나보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직 회사와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선호씨는 4월 22일 평택항 부두 화물 컨테이너 작업을 하다가 300㎏에 달하는 날개에 깔려 숨졌다.

당시 이씨는 평택항 내 ‘FR(Flat Rack) 컨테이너’(천장 없이 앞·뒷면만 고정한 컨테이너)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지게차가 갑자기 왼쪽 벽체를 접은 탓에 발생한 충격으로 오른쪽 벽체가 넘어지면서 그 밑에 깔려 숨졌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있어야 하지만 당시 현장에는 이들이 배정돼 있지 않았고, 당시 이선호씨는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학교 3학년생인 고인은 제대 후 학비와 생활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역 작업 아르바이트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2일 고 이선호씨가 평택항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뒷정리를 하던 중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YTN 뉴스 캡처
지난달 22일 고 이선호씨가 평택항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뒷정리를 하던 중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YTN 뉴스 캡처
이재훈씨는 “원청회사의 대표이사와 지게차 기사의 사과는 받았지만 나무 제거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원청 직원의 사과는 아직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고대책위원회와 유족 측은 사고 당시 원청 직원이 이씨에게 나무 제거작업을 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업무는 동식물 검역으로, 컨테이너 작업은 이씨의 업무가 아니라는 게 대책위의 지적이다.

그러나 해당 직원은 여전히 ‘지게차 기사가 쓰레기를 주우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재훈씨는 “아들과 함께 현장에 따라갔던 외국인 노동자(고려인) 동료는 원청직원이 쓰레기를 주우라고 시켰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면서 “사고 나기 이전에 주우라는 지시가 있었고, 폐쇄회로(CC)TV 상으로도 다른 하청업체 직원이 무엇인가 지시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나서 아들과 외국인 노동자가 흩어지면서 뭔가 줍는 상황도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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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작업을 하던 스물세 살 일용직 노동자 고 이선호씨가 개방형 컨테이너 구조물에 깔려 사망했다. 사진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개방형 컨테이너로 양쪽에 세로로 서 있는 구조물이 접히면서 이씨를 덮쳤다.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작업을 하던 스물세 살 일용직 노동자 고 이선호씨가 개방형 컨테이너 구조물에 깔려 사망했다. 사진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개방형 컨테이너로 양쪽에 세로로 서 있는 구조물이 접히면서 이씨를 덮쳤다.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원청업체 직원은 ‘지게차에 내려서 안전핀을 그렇게 뽑으면 안 된다, 하지 마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려인 노동자는 ‘나무 주우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훈씨는 “(원청 직원이) 뭔가를 이야기했는데 고려인 노동자가 들었을 때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아들이 ‘아저씨는 저기 있는 쓰레기, 저는 여기 있는 거 주우러 갈게요’라고 하고 갔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심증은 가지만 정확한 물증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유족 측에선 별다른 방도가 없을 것 같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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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고 이선호씨 부친 이재훈씨
발언하는 고 이선호씨 부친 이재훈씨 (故) 이선호 씨 부친인 이재훈 씨가 12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만공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열린 이선호 씨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5.12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사고 이후 안전관리요원 배치, 안전모·안전화 착용 등이 지적됐지만, 사측이 ‘안전관리요원 배치는 차츰 논의하자’라고 했다고 한다면서 이재훈씨는 “저 회사 아직까지 정신 못 차렸다”고 비판했다.

이재훈씨는 이선호씨의 큰누나는 지적장애 2급에 유방암 치료 중인 가운데 아직 동생의 죽음을 모른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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