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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무슬림 가족 덮친 ‘증오 트럭’

캐나다 무슬림 가족 덮친 ‘증오 트럭’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6-08 22:20
업데이트 2021-06-09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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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남성, 일면식도 없는 일가족 공격
파키스탄 출신 5명 중 9세 아들만 살아
트뤼도 총리 “비열한 증오 반드시 멈춰야”

캐나다에서 보행로로 돌진한 픽업트럭에 치여 무슬림 일가족 4명이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경찰은 계획된 증오범죄를 염두에 두고 용의자에게 테러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밤 8시 40분쯤 온타리오주 런던시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74세 여성과 46세 남성, 44세 여성, 15세 여성이 숨졌다. 각각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10대 딸로 3대가 함께 사고를 당했다. 가족 중 9세 소년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소년은 크게 다쳐 입원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 가족은 14년 전 파키스탄에서 캐나다로 이주했으며 런던에 있는 모스크에 다니는 신자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도에 있던 트럭이 방향을 갑자기 틀어 인도로 돌진해 이들 가족을 친 후 빠른 속도로 달아났다고 목격자들의 진술을 전했다. 목격자들은 현지 방송에 “대혼돈이었다”며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뛰어다니고,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장에서 6㎞가량 떨어진 쇼핑센터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20세 남성 너새니얼 벨트먼으로, 피해자들과 일면식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이슬람교를 믿었기 때문에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이 사전에 계획된 고의적 행위고, 증오가 범행 동기임을 보여 주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벨트먼에겐 4건의 살인 혐의와 1건의 살인 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테러 혐의도 추가할지 검토 중이다. 벨트먼에게 범죄 전과는 없고, 이번 사건에 공범이 있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그가 특정 증오집단에 속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현지에선 희생자를 추모하며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슬람 혐오는 캐나다 어디에서도 설 수 없다”며 “은밀하게 퍼지는 비열한 증오를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 홀더 런던시장도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차마 말할 수 없는, 증오에 뿌리를 둔 집단 살해”라며 “3대가 사망한 가족의 희생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17년 퀘벡의 이슬람 사원에서 캐나다 무슬림들을 상대로 한 테러로 6명이 숨진 이후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2016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런던시는 최근 다인종이 늘어난 곳으로 주민 5명 중 1명이 캐나다 밖에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6-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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