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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백신 거부, 차라리 코로나19 걸려 죽겠다” 미얀마 시민들

“중국산 백신 거부, 차라리 코로나19 걸려 죽겠다” 미얀마 시민들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5-07 15:28
업데이트 2021-05-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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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쿠데타 혼란 속 ‘설상가상’ 코로나 확산
시민들, ‘친군부’ 中 백신 거부로 악화일로
中, 미얀마 군부에 백신 50만회 무상 지원
미얀마 확진 14만명↑…사망 3200명 넘어서
보건의료인 백신 접종 거부·업무 거부로 체포
23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사망한 14살 소년 툰 툰 아웅의 장례식에서 가족들이 시신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만달레이 EPA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사망한 14살 소년 툰 툰 아웅의 장례식에서 가족들이 시신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만달레이 EPA 연합뉴스
중국이 지난 2일 미얀마에 지원한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용 냉장 컨테이너.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 페이스북
중국이 지난 2일 미얀마에 지원한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용 냉장 컨테이너.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 페이스북
폭압적인 군부 쿠데타 이후 석 달이 넘도록 혼돈 상황이 이어지는 미얀마에서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되면서 누적 확진자가 14만명을 넘어서는 등 3차 대유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폭력적인 군부의 유혈 진압에 수많은 희생의 아픔을 겪은 시민들은 군사정부에 우호적인 중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백신은 맞지 않겠다며 집단 거부하고 나섰다. 시민들은 “중국산 백신을 맞느니 차라리 코로나19에 걸려 죽겠다”며 접종을 기피하고 있어 코로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中왕이 “中 기증 백신은 양국의 우정”
미얀마 네티즌 2000명 “중국산 거부”

7일 미얀마 보건당국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얀마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누적 14만 2000여명이고, 사망자는 3210명이다.

2월 1일 쿠데타 발생 후 민주화 요구 시위와 유혈 진압이 반복되면서 코로나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감염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국가 프로그램도 난항을 겪고 있다. 미얀마 보건 당국은 인도가 선물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했고, 최근 중국산 백신이 도착하자 이를 배포하고 있다.

쿠데타 발생 직전 미얀마를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백신 30만회 분량 무상지원을 약속했는데, 실제로는 50만회 분량이 이달 2일 양곤에 도착했다.

주미얀마 중국대사관은 페이스북에 “중국이 기증한 백신은 양국의 우정을 보여준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자 미얀마 네티즌 2000여명은 댓글로 “차라리 코로나19로 죽겠다. 중국이 준 백신은 맞지 않을 것”, “중국산 백신은 결국 군인들한테 주로 제공될 것”, “우리는 중국산 백신을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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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넘게 이어지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
석 달 넘게 이어지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 미얀마 동부 샨주의 주도인 타웅지에서 2일(현지시간) 시위대가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를 석 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1일 쿠데타가 발발한 후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759명의 시민이 숨지고 3천485명이 구금됐다. 타웅지 AFP 연합뉴스 202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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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넘게 지속되는 미얀마 쿠데타 반대 시위
3개월 넘게 지속되는 미얀마 쿠데타 반대 시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4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집회를 벌이며 저항의 표시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미얀마 각지에서는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3개월 넘게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양곤 AP 연합뉴스 2021-05-04
“군부 제공 백신거부운동 중에
中이 군부에 백신 보내” 반중 감정↑

보건의료인, 항의 표시로 접종 업무 거부
의사 “백신 제때 접종 못해 효과 없어졌을 것”


특히 “미얀마 시민들이 군사정부가 제공하는 백신 접종 거부 운동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은 군부에 백신을 보냈다”며 반중 감정을 드러냈다.

미얀마 정부는 1월 2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보건의료인 우선 접종을 시작했지만 2월 1일 쿠데타 이후 상당수 보건의료인들은 군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2차 접종을 거부했다.

시민들은 “사람들을 살해한 군사정부가 제공하는 백신은 싫다”, “군사정부의 친구인 중국이 제공한 백신을 거부한다”는 등 이유로 접종을 꺼리고 있다.

군부는 지금까지 전체 인구 5400만명 가운데 150만명 이상이 1차 접종을, 31만여명이 2차 접종을 마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얀마 국영 언론사들은 군인과 종교인 등이 백신을 맞는 사진을 종종 게재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접종을 거부하고 있고, 특히 백신을 주사해야 하는 보건의료인들이 업무를 거부하고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속속 합류한 뒤 잇따라 군경에 체포됐다.

양곤의 한 의사는 “(인도산) 코로나19 백신은 제때 접종하지 못하고 너무 오래 보관해 효과가 없어졌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얀마 보건체육부 대변인은 “코로나19 감염자 가운데 60% 이상이 무증상자”라면서 “3차 유행이 우려된다. 많은 군중 사이에 발병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3월 23일 첫 확진자가 확인됐으며 지난해 여름에 2차 유행이 있었다.
지난 9일 미얀마 바고에서 군경의 무차별 발포로 사망한 한 뜨윈 칸(오른쪽)과 그의 아버지. 그의 아버지도 군경에 끌려간 뒤 고문으로 숨진 채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뜨윈 칸 외에 다른 두 아들도 군경에 의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 @EaindrayMoe6
지난 9일 미얀마 바고에서 군경의 무차별 발포로 사망한 한 뜨윈 칸(오른쪽)과 그의 아버지. 그의 아버지도 군경에 끌려간 뒤 고문으로 숨진 채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뜨윈 칸 외에 다른 두 아들도 군경에 의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 @EaindrayMoe6
미얀마 군경의 총격에 희생된 아들을 안은 채 울부짖는 아버지.  트위터 @LyaHaru
미얀마 군경의 총격에 희생된 아들을 안은 채 울부짖는 아버지.
트위터 @Lya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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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작가의 ‘피투성이 쿠데타’, 전남대 박물관은 5.18 41주년을 앞두고 10일부터 미얀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미얀마 작가의 ‘피투성이 쿠데타’, 전남대 박물관은 5.18 41주년을 앞두고 10일부터 미얀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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