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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의 이름으로’ ‘딸의 이름으로’

‘수호신의 이름으로’ ‘딸의 이름으로’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21-04-16 02:20
업데이트 2021-04-16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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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6강 PO 투혼의 농구화 보니

3차전 7득점·3어시스트 활약 이종현
다친 동료 이승현 이니셜 쓰고 뛰어
“형과 같이 뛰고 싶어서” 잔잔한 울림

이대성, 최근 낳은 딸 이름 쓰고 맹활약
“말은 못하지만 아빠가 더 뛰길 바랄 것”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하며 위기에 몰린 고양 오리온이 반격의 1승을 올린 지난 14일 이종현이 신은 농구화 오른짝 안쪽에 부상 중인 단짝 선배 이승현의 영문 약자(Lee S.H)가 적혀 있다.  오리온 구단 제공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하며 위기에 몰린 고양 오리온이 반격의 1승을 올린 지난 14일 이종현이 신은 농구화 오른짝 안쪽에 부상 중인 단짝 선배 이승현의 영문 약자(Lee S.H)가 적혀 있다.
오리온 구단 제공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고양 오리온이 2020~21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2패 뒤 1승을 거두며 대역전극을 꿈꾸는 가운데 오리온 선수들의 농구화가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지난 14일 반격의 1승을 올린 인천 원정에서 이종현은 7점을 기록했다. 디드릭 로슨(24점)이나 이대성(17점), 허일영(16점)만큼 다득점은 아니었지만 팀이 38점을 퍼부으며 승부를 가른 3쿼터에 4점을 넣고 로슨의 골밑 득점과 외곽포를 이끌어내는 어시스트 3개를 집중시키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이날 이종현은 왼쪽에 오리온 ‘수호신’ 이승현의 영문 약자와 등번호, 오른쪽에 자신의 영문 약자와 등번호를 적은 농구화를 신고 코트를 누볐다.

둘은 2013~14년 고려대 천하를 이끌었던 ‘단짝 선후배’ 사이다. 프로에선 팀이 갈렸다가 이종현이 올 시즌 중반 오리온으로 트레이드 되며 6년 만에 재회했다. 이종현은 ‘수호신 보좌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규리그 막판 발목 부상을 당한 이승현은 현재 6강 PO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처지다. 출전 의지의 하늘을 찌르지만 강을준 감독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만류하고 있다. 이종현은 3차전 뒤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몰라서 같이 뛰고 싶은 마음에 승현이 형 이름을 농구화에 새겼다”며 “형 만큼은 아니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고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최근 태어난 딸의 이름이 적힌 이대성의 농구화. 오리온 구단 제공
최근 태어난 딸의 이름이 적힌 이대성의 농구화.
오리온 구단 제공
이종현이 수호신의 이름으로 힘을 냈다면 이대성은 딸의 이름으로 분발했다. 그는 지난 7일 아버지가 됐다. 출산한 아내와 아이 곁을 지키느라 팀 훈련에 잠시 합류하지 못하기도 했다. 무기력한 1차전 패배 뒤 각오를 다지려고 2차전을 앞두고 농구화에 정성스레 딸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2차전에서 19점으로 팀 최다 득점을 한 이대성은 3차전 승부처인 3쿼터에 3점슛 3개 포함 11점을 쓸어담으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빨리 시즌을 마치고 딸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이대성은 “아이가 아직 말도 못하고 표현도 못하지만 아빠가 한 경기라도 더 플레이하는 걸 바랄 것”이라며 “최대한 경기를 많이 치르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21-04-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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