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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 잘 걸렀다?… 면접도 댓글도 바뀔 때”

“페미 잘 걸렀다?… 면접도 댓글도 바뀔 때”

손지민 기자
입력 2021-03-15 20:46
업데이트 2021-03-16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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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황당 면접 당사자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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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 A씨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을 직접 손글씨로 적고 있다. 면접 경험을 ‘성차별’로 인정받기 위해 싸우는 A씨는 “우리는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 14일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 A씨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을 직접 손글씨로 적고 있다. 면접 경험을 ‘성차별’로 인정받기 위해 싸우는 A씨는 “우리는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논란’이 공론화된 이후 국내 대형 게임사에서도 여성 지원자에 대한 ‘사상검증’ 면접이 있었다는 폭로가 등장하는 등 많은 여성이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겪는 성차별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2018년 서지현 검사가 직장 성범죄 피해를 고발한 이후 여성들이 비슷한 경험을 봇물 터뜨리듯 쏟아 낸 ‘미투’ 운동과 비슷한 양상이다. 미투가 그랬듯이 이번에도 “그게 왜 성차별이냐”, “페미니스트 잘 걸렀다”는 식의 백래시(반발성 공격) 현상도 나타났다.

면접 성차별 피해를 처음 폭로한 20대 A씨는 지난 14일 서울신문과 만나 “면접 성차별을 사실로 인정받기 위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악성 댓글 공격을 한 네티즌들을 고소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법무법인에 의뢰해 악플러 고소를 준비 중”이라며 “모욕죄와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위반, 성폭력특별처벌법 등 적용할 수 있는 혐의를 모두 검토해 강경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악플러들이 벌금을 치르게 하고, 합의금을 받으면 저소득층 여학생을 위한 생리대 기부사업에 기부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A씨는 “그들이 아무리 악성 댓글을 달더라도 내 삶은 지장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동아제약 하반기 공채 1차 면접에서 ‘군대에 가지 않았으니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와 같은 질문을 들었다. 면접장에 들어간 다른 남성 지원자들은 군 복무 경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느꼈다. 몇 달 뒤 접한 동아제약은 여성친화기업으로 둔갑해 있었다. 유튜브 채널 ‘네고왕’과 생리대 할인 이벤트를 벌인 영상에서였다.

A씨는 “면접장에선 여성을 차별하더니 여성친화기업인 척하는 모습에 화가 나 성차별 면접 경험을 밝힌 댓글을 달았다”고 했다. A씨의 사연은 즉시 공론화됐고 동아제약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등 파장이 컸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채용 최종 합격자 4명 중 3명이 여성이라며 성차별 논란을 반박했지만 A씨에게 여성 합격자가 몇 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제가 동아제약 면접을 봤던 그 30분 동안 성차별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씨는 동아제약 이전에도 두 번의 면접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 그때마다 A씨는 단호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혹시 업계에 소문이 나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 어렵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A씨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의 경험이 든든한 자산이 됐다.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13일 고용노동부에 이 사건과 관련한 민원을 넣었다. 15일 시민단체 13곳이 참여한 채용성차별공동행동은 서울 동대문구 동아제약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인 사과와 대책을 촉구했다. A씨는 “이 사건이 국가기관을 통해 명백한 성차별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더 나아가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사진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1-03-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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