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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수상소감 ‘거위의 꿈’ 이룬 신지현의 특별했던 시즌

눈물의 수상소감 ‘거위의 꿈’ 이룬 신지현의 특별했던 시즌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1-02-27 00:22
업데이트 2021-02-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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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현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21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5를 수상한 후 수상소감을 말하며 울먹이고 있다. WKBL 제공
신지현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21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5를 수상한 후 수상소감을 말하며 울먹이고 있다. WKBL 제공
“그냥 힘들었던 순간들이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나 봐요. 프로 오고 부상당하고 항상 힘들었거든요.”

웃음꽃이 피는 시상식에서 누군가의 눈물은 시상식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그 사람이 수상하기까지 남모르게 견뎌온 세월을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좌절을 이겨내고 꿈을 이룬 이의 모습은 지켜보는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준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63컨센션센터에서 열린 2020~21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 이번 시즌 30경기에서 평균 29분 16초를 소화하며 12.77점 3.23리바운드 4.97어시스트로 커리어 하이를 찍고 생애 첫 베스트5에 꼽힌 신지현(부천 하나원큐)의 눈물은 그래서 더 특별했다.

이번 시즌 하나원큐의 농구는 ‘신지현의 성장’으로 요약되기도 한다. 시즌 중반 강이슬과 고아라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신지현에게 집중 견제가 들어왔고 신지현이 이겨내지 못하면서 경기를 내주는 모습이 반복됐다. 잘되는 날과 아닌 날의 차이가 커 이훈재 감독이 “기복을 줄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지현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기량을 빠르게 업그레이드했고, 단점이던 기복도 줄인 모습을 보였다. 잘하는 날은 강이슬과 함께 상대 코트를 휘저었고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날에도 승부를 결정 짓는 승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전승을 거둔 6라운드 성적은 5경기 평균 18.8점 6리바운드 6.4어시스트. 시즌 막판 보여준 신지현의 대활약은 베스트5 수상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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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김소니아, 김단비, 박지수와 함께 2020~21시즌 베스트5에 선정된 신지현.WKBL 제공
박지현, 김소니아, 김단비, 박지수와 함께 2020~21시즌 베스트5에 선정된 신지현.WKBL 제공
“항상 예전에 시상식 오면 언니들 상 받을 때 꼭 나중에 나도 받고 싶다 했던 상을 지금 제가 받고 있으니까 기분이 좀 이상하기도 하고 많은 감정이 드는데요. 프로 와서 너무 많은 관심과 기회를 받았는데 팬분들 기대에 항상 못 미치는 것 같아서 항상 마음이 아프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래도 올 시즌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어서 행복하고요. 그냥 농구 잘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날 유일한 눈물의 수상자였던 신지현의 소감에는 농구에 대한 진심과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농구 선수라면 당연한 덕목이지만 신지현에겐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신지현은 고교 시절 61점 소녀로 일찌감치 주목받았고, 예쁜 외모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차세대 농구스타의 출현에 실력에 앞서 관심이 폭발했다. 신지현은 “예쁘게 봐주시는 것도 당연히 좋지만 농구선수니까 농구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2년차 3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5점 2.68어시스트로 확실한 성장세를 보인 신지현은 많은 팬의 사랑을 받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인기에 힘입어 올스타에 뽑혔고 올스타전에선 ‘거위의 꿈’을 불러 화제가 됐다. 신인왕도 그의 차지였다.

그러나 만개해야 할 시기에 뜻하지 않은 무릎 십자인대 부상은 큰 시련이었다.

“남의 일만 같았던 일이 나한테 일어난 것 같아서 믿어지지 않았어요. 재활하면서 항상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네요. 재활 센터도 다니고 구단에서도 재활하고 그냥 하루하루 버티면서 열심히 견뎠던 것 같아요. 다시 코트에 돌아왔을 때 고생을 정말 많이 했죠.”
2년 간의 재활을 끝낸 신지현이 2017년 10월 30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르고 있다. WKBL 제공
2년 간의 재활을 끝낸 신지현이 2017년 10월 30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르고 있다. WKBL 제공
부상 복귀 후 처음 뛴 2017~18시즌에 17경기 평균 2.94득점 1.53어시스트 1.12리바운드의 성적을 남긴 신지현은 다음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해 평균 8.09점 3.26어시스트 2.26리바운드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시즌 신지현은 6년 전 올스타전에서 불렀던 노래 가사처럼 “벽을 넘고서 하늘을 높이 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운명을 미리 예고한 것 같은 노랫말을 현실에서 실현한 모습은 이번 베스트5 수상과 맞물려 큰 감동을 자아냈다.

‘그 시절 우리가 기대했던 소녀’는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가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신지현은 더 많은 성장을 원했다.

이기는 경기마다 수훈 선수로 들어와 “더 농구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다음 시즌에 더 노력할 것 같다”, “비시즌에 농구에 쏟아 붓겠다”, “잘한다는 기사가 뜨니까 부담되는데 부담을 이겨내고 다음 시즌 준비 잘하겠다”고 한 다짐은 신지현의 농구에 대한 욕심을 보여준다. “뱉어 놔야 지키려고 더 열심히 할 테니까” 그렇게 말했단다.

이훈재 감독도 “지현이는 잠깐만 얘기해도 농구에 대한 욕심이 많고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라며 “팀에서 에이스가 아니라 리그의 에이스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잘 따라오는 게 보인다. 지금에 만족 안 하고 더 욕심내서 했으면 좋겠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농구를 진심으로 잘하고 싶었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농구를 더 잘하게 된 신지현의 다음 시즌은 어떨지 벌써 팬들의 기대가 크다. 그리고 신지현은 꼭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여기가 제 한계가 아니라는 자신감이 있거든요. 체력도 키우고 몸도 더 만들고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연히 잘하려고 노력하는 거니까 열심히 해야죠.”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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