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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티파 공주, 21년 전 납치 재수사 요청하며 전한 언니의 현재

라티파 공주, 21년 전 납치 재수사 요청하며 전한 언니의 현재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2-26 06:58
업데이트 2021-02-2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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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손아귀를 벗어나려다 자유를 잃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통치자의 두 딸. 언니 샴사(왼쪽)는 2000년 8월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끌려와 좀비처럼 살고 있고, 동생 라티파는 2018년 미국으로 탈출하려다 붙잡혀 두바이의 빌라 감옥에서 지내고 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아버지의 손아귀를 벗어나려다 자유를 잃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통치자의 두 딸. 언니 샴사(왼쪽)는 2000년 8월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끌려와 좀비처럼 살고 있고, 동생 라티파는 2018년 미국으로 탈출하려다 붙잡혀 두바이의 빌라 감옥에서 지내고 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욕실에서 핸드폰으로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통치자인 아버지에 의해 감금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던 라티파 공주가 이번에는 21년 전 일어난 언니 납치 사건을 재수사해달라고 영국 경찰에 요청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전날 케임브리지셔 경찰에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71) UAE 부총리 겸 두바이 에미르의 딸 셰이카 라티파 알 막툼(35) 공주가 보낸 손편지가 전달됐다. 라티파 공주는 친구를 통해 전달한 편지에서 “그녀(샴사)의 사건에 관심을 가져 달라. 여러분의 도움과 관심이 그녀를 자유롭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라티파 공주는 또 두바이로 다시 끌려온 언니의 운명을 묘사한 그림과 함께 “재판도, 기소도 없이 그녀는 연락 두절 상태이며 발에 매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18세였던 샴사는 이제 39세가 됐는데 그 뒤 한 번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편지 작성일은 2018년 2월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으로 도피하려다 붙잡혀 감금 생활을 하던 2019년에 작성됐다고 BBC는 전했다.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날짜를 거짓으로 적었다는 설명이다.
샴사가 2000년 6월 탈출한 영국 서리주 롱크로스 에스테이트에 있는 아버지의 저택. 누군가에는 하룻밤이라도 자봤으면 싶은 으리으리한 저택이지만 자유를 빼앗긴 공주에게는 감옥으로 여겨졌을지 모른다. 영국 일간 가디언 자료사진
샴사가 2000년 6월 탈출한 영국 서리주 롱크로스 에스테이트에 있는 아버지의 저택. 누군가에는 하룻밤이라도 자봤으면 싶은 으리으리한 저택이지만 자유를 빼앗긴 공주에게는 감옥으로 여겨졌을지 모른다.
영국 일간 가디언 자료사진
샴사는 2000년 6월 아버지의 서리주 롱크로스 에스테이트 별장을 몰래 빠져나왔다. 하지만 두 달 뒤 케임브리지 거리에서 납치돼 헬리콥터로 프랑스로 옮겨진 뒤 개인 제트기로 UAE로 끌려갔다.

라티파는 샴사가 그 뒤 8년 동안 감옥에 수감돼 있었다고 전했다. 풀려난 언니를 잠깐 만난 적이 있었다. 언니는 삶의 불꽃을 꺼버린 좀비처럼 보였다. 눈을 뜨려 하지도 않았다.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여느 아랍 공주와 달리 호기심도 많고 경계를 넘나드는 모험심도 엿보였던 언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말도 없고 그저 멍하니 사람들에 의해 끌려다닐 뿐이었다.

2019년에 이번에는 라티파가 아버지에 의해 감금된 상태에서 샴사를 다시 만났다. 라티파는 사촌에게 “샴사를 만나도 그녀란 것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더라”고 전했다.

영국 경찰은 당시 수사에 나섰지만 담당 경찰의 두바이 방문이 좌절돼 흐지부지됐다. 또 2018년에도 수사 기록을 재검토했고 지난해는 고등법원이 아버지가 두 딸을 납치한 것이 맞으며 본인들의 의지와 관계 없이 억류하고 있다고 판결한 뒤 본격적인 재조사가 진행됐다. 케임브리지셔 경찰은 이번 편지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재조사와 관련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BC는 두바이 정부에 코멘트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BBC 방송은 지난 16일 다큐멘터리 ‘사라진 공주’ 편을 통해 라티파가 외부 접촉을 차단당하고 창문을 모두 가리고 욕실만 공주가 잠글 수 있게 하고 나머지 방은 잠글 수 없도록 만든 ‘감옥’ 같은 빌라에 인질로 잡혀있다고 폭로했다. 지난 2018년 아버지를 피해 미국으로 달아나려다 붙잡힌 뒤 2년 만에 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라티파 공주는 비좁은 화장실 변기 위에 걸터 앉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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