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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륙 울린 ‘가난한 엄마’...빈곤 탈출 ‘작은 기적’

中 대륙 울린 ‘가난한 엄마’...빈곤 탈출 ‘작은 기적’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1-02-22 18:04
업데이트 2021-02-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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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통신 기자, 2010년 춘제 촬영 중 등짐에 아이와 배낭 든 엄마 발견
중국 ‘가난의 상징’ 떠오르며 회자...11년 만에 주인공 다시 찾아
연소득 1700만원 넘어서며 빈곤 탈출 성공...사진 속 아이는 세상 떠나

2010년 1월 30일 중국 장시성 난창역에서 신화통신 기자가 촬영한 ‘아가야, 엄마가 고향으로 데려다 줄 거야’라는 제목의 사진. 가난을 원망하지 않는 듯한 얼굴 표정이 많은 중국인들을 울렸다. 지금도 이 사진은 ‘가난 및 빈곤퇴치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신화통신 제공
2010년 1월 30일 중국 장시성 난창역에서 신화통신 기자가 촬영한 ‘아가야, 엄마가 고향으로 데려다 줄 거야’라는 제목의 사진. 가난을 원망하지 않는 듯한 얼굴 표정이 많은 중국인들을 울렸다. 지금도 이 사진은 ‘가난 및 빈곤퇴치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신화통신 제공
2010년 1월 30일 중국 남동부 장시성 난창역. 춘제(음력설)를 앞두고 앳된 얼굴의 젊은 엄마가 힘들게 걸어갔다. 등에는 침구가 가득한 자루가, 왼손에는 낡은 가방이, 오른팔에는 갓 태어난 아기가 있었다. 여성 혼자 다 짊어진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설 풍경을 담으려 역으로 나온 신화통신 사진기자 저우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극심한 빈곤과 고난에도 이를 슬퍼하지 않는 듯한 여성의 표정이 많은 중국인을 울렸다. 이 사진은 지금도 중국에서 ‘가난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독자들의 요청으로 신화통신이 이 여성을 찾아 나섰다. 저우 기자가 몇 달을 수소문한 끝에 지난달 21일 재회했다”고 전했다. 11년 만에 만난 주인공은 쓰촨성 량산 웨시현에 사는 이족 바무위부무(32)였다.

그가 사는 웨시현은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힌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16살에 결혼한 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자 ‘농민공’이 됐다. 난창의 벽돌 공장에서 월급 500위안(약 9만원)을 받았다. 사진 촬영 당시 그는 2000㎞가 넘는 고향으로 가려고 기차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사진의 영향이었을까. 도시 생활을 접고 2010년 고향으로 돌아온 뒤로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공무원과 농업 기술자에게 담배 재배법을 전수받고, 농사를 짓지 않을 때는 푸젠성의 해삼 양식장에서 허드렛일도 했다. 지난해 그의 가족은 연소득 10만 위안을 넘기며 지긋지긋하던 가난의 늪에서 벗어났다. 10여년 전 벽돌공장에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수입이 10배 이상 늘었다. 최근 콘크리트 집으로 이사한 그는 “어릴 적부터 빗물이 새지 않는 방을 갖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마침내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다만 그에게는 씻지 못할 아픔이 있다. 사진 속 아이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마을에 병원이 없어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자녀 하나를 더 잃었다. 중국이 빈곤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의료진 확보 등 숙제도 많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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