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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히말라야 협곡 물난리, 미국이 1960년대 심은 원자력 관측장비 탓”

“인도 히말라야 협곡 물난리, 미국이 1960년대 심은 원자력 관측장비 탓”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2-21 12:17
업데이트 2021-02-2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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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난다데비의 위용. 1965년 이곳 정상에 원자력 관측 장비를 묻으려던 미국-인도 탐사대는 장비를 잃어버렸는데 최근 물난리가 이것 때문이라는 의심이 현지 마을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영국 BBC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AFP 자료사진
인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난다데비의 위용. 1965년 이곳 정상에 원자력 관측 장비를 묻으려던 미국-인도 탐사대는 장비를 잃어버렸는데 최근 물난리가 이것 때문이라는 의심이 현지 마을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영국 BBC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AFP 자료사진
이달 초 인도 북동부 중국과 국경을 이루는 히말라야 협곡 일대를 휩쓸어 5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물난리의 원인으로 1965년 미국이 난다데비(해발 고도 7816m) 정상에 묻으려다 잃어버린 원자력 관측 장비를 주민들이 지목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일부에서는 기후변화 때문에 산 위 날씨가 따뜻해져 빙하가 떨어져나간 것으로 봤는데 색다른 분석인 셈이다.

우타라칸드주의 250가구가 모여 사는 라이니 마을 사람들은 인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난다데비 자락에 있는 관측장비가 폭발해 산사태가 촉발됐고, 빙하 일부가 떨어져 나가 물난리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마을의 이장인 상그람 싱 라왓은 “우리는 이 장비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빙하가 겨울에 절로 떨어져 나가겠느냐? 우리는 정부가 조사해 이들 장비를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이들의 두려움은 예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간직해 온 것이었다.

미국과 인도는 1964년 중국이 처음 시도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도를 관측하기 위해 이듬해 히말라야 산자락에 원자력 동력의 관측 장비들을 숨겼다. 1965년 10월 미국과 인도 등반가들이 난다데비 정상 부근에 일곱 개의 플루토늄 캡슐이 달린 정찰 장비를 묻기 위해 무게가 57㎏이나 나가는 것들을 들고 올라갔다. 그런데 눈보라가 심해 정상 직전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들은 1.8m 길이의 안테나, 두 개의 무전기 세트, 배터리팩 하나, 플루토늄 캡슐들을 거기 버리고 하산했다.

그 중 한 명이며 중국 국경 순찰대원으로 오래 활동해 유명한 만모한 싱 코흘리(89)는 “내려와야 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많은 산악인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등반가들은 이듬해 봄 다시 그곳을 찾아 장비들을 정상에 묻으려 했지만 사라져버렸다. 그 뒤 50년 넘게 여러 차례 탐사대를 꾸려 찾았으나 헛수고였다.

오랫동안 이 문제를 연구해 온 미국 잡지 ‘록 앤드 아이스(Rock and Ice)’ 편집자 피트 다케다는 “냉전의 망상이 절정에 이른 시점이었다. 어떤 계획도 너무 이상하다 할 수 없었고, 어떤 투자도 너무 크지 않았고, 어떤 수단도 결코 정당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그는 “오늘에 이르러 잃어버린 플루토늄이 빙하 속에 떠밀려와 아마도 먼지로 분쇄돼 갠지스 강 입구로 기어왔을지 모른다”고 적었다.
미국 산악인들을 도와 원자력 관측 장비를 난다데비 정상에 묻으려 했던 인도 산악인 만모한 싱 코흘리는 후회하지 않느냐는 영국 BBC 인도 특파원의 질문에 “난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답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미국 산악인들을 도와 원자력 관측 장비를 난다데비 정상에 묻으려 했던 인도 산악인 만모한 싱 코흘리는 후회하지 않느냐는 영국 BBC 인도 특파원의 질문에 “난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답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과학자들은 과장된 분석이라고 말한다. 플루토늄 배터리는 원자폭탄과 달리 플루토늄 238이란 다른 화학물질을 사용하며 반감기가 88년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잃어버린 플루토늄을 되찾아오겠다는 탐사대의 발길은 이어졌다. 영국 여행작가 휴 톰프슨은 책 ‘난다데비- 마지막 실락원을 찾는 여정’에다 현지인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미국인 등반가들이 얼굴에 선탠 크림을 바르고 고산병의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탐사 목적을 둘러대곤 했다고 적었다. 이들의 짐을 나르던 이들은 “마치 보물 찾기, 아마도 황금 찾기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잡지 ‘아웃사이드’에 따르면 이들 등반가들은 미리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중앙정보국(CIA) 기지인 하비 포인트를 찾아 이들 장비를 찾는 방법을 교육받고 나머지 시간은 배구를 즐기고 향응을 즐겼다고 했다.

1978년 워싱턴 포스트(WP)가 이 잡지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할 때까지 인도에선 비밀에 부쳐졌다. CIA는 그 얼마 전에 에베레스트 정상을 등정한 산악인 등을 고용해 중국을 엿보기 위해 히말라야의 두 봉우리에 이들 장비를 은닉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1967년 두 번째 시도에 나서 한 전직 CIA 요원은 “부분적으로 성공했다”고 털어놓았다. 같은 해 난다데비와 붙어 있고 훨씬 등반이 쉬운 난다콧(6861m)에 새로운 장비 세트를 심는 세 번째 작업에 성공했다. 모두 14명의 미국 산악인이 3년 동안 매월 1000달러씩을 챙겼다.

같은 해 4월 모라지 데사이 인도 총리가 미국과 협력해 난다데비에 원자력 관측장비를 심었다는 점을 인정했는데 얼마나 임무가 성공적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등반가 중 한 명인 짐 매카시는 “그래, 장비가 산사태를 일으키고 빙하에 처박혀 있을지 모른다.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하느님만 알 것”이라고 다케다에게 말했다.

라이니 마을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강물에 방사성 물질이 함유됐는지 정기적으로 조사한다고 등반가들은 전한다. 하지만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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