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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성실히 참여했는데… FIBA 갑질에 흔들리는 한국 농구

그동안 성실히 참여했는데… FIBA 갑질에 흔들리는 한국 농구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1-01-28 02:42
업데이트 2021-01-28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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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2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가 무관중 경기로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2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가 무관중 경기로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농구에 대표팀 차출 논란을 불러오며 상처를 깊게 남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필리핀농구협회(SBP)는 지난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필리핀의 여행 금지로 올해 2월 FIBA 아시아컵 A, C조 예선이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FIBA는 같은 기간에 대회를 열 다른 장소를 구한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생 인류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는 코로나19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만 없었다면 대표팀에 다녀오는 것은 영광이 될 수 있었겠으나 지금은 타국에서 국가대표 일정을 소화하는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다.

지난해 11월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컵 예선에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선수 안전을 위해 불참을 결정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 문제를 이유로 FIBA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FIBA의 결정은 벌금 2억원과 승점 2점 삭감이었다. 그리고 FIBA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 징계를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인심을 썼다. 코로나19 문제에 관한 배려는 없었다.
김상식 감독. 서울신문 DB
김상식 감독. 서울신문 DB
이 때문에 최근 한국 농구에 상처를 남긴 일련의 사태가 지나갔다. 김상식 대표팀 감독은 사의를 표명했고, 프로구단 감독이나 선수들도 대표팀 발탁을 난감해하는 초유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한국농구연맹(KBL)과 프로구단들은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중간에 ‘KBL이 1구단 1선발의 원칙에 동의했다’는 가짜 정보가 퍼진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국가대표에 맞게 최상의 전력을 뽑아야 하는 농구협회의 입장과 당장 리그를 운영해야 하는 KBL의 입장은 누구의 잘잘못을 명확하게 따지기가 어렵다. 서로 입장이 다르다 보니 실무진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FIBA는 여전히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KBL 관계자는 27일 “축구는 강제하진 않는다는데 FIBA에서 대회를 무조건 나오라고 하니 답답하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FIBA 개최 대회에 안 나간 적이 없었는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꾸준히 국제 대회에 성실히 참가한 한국으로서는 벌금과 승점 삭감을 무기로 압박하는 FIBA의 행보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국 농구에 상처가 남았든 말든 FIBA의 강행 방침은 변함없어 보인다. FIBA가 대체 장소를 구해 참가를 통보하면 대표팀은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코로나19로 하루하루 불안한 시즌을 보내는 리그에 미칠 여파는 상당할 것이 분명하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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