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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학상 448개 ‘우후죽순’… 그 많은 상 검증 쉬울까요

[단독] 문학상 448개 ‘우후죽순’… 그 많은 상 검증 쉬울까요

김기중 기자
김기중, 하종훈 기자
입력 2021-01-27 21:12
업데이트 2021-01-28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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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상반기 매뉴얼 제작… 문학상 노린 ‘글 사냥꾼’ 잡는다는데

표절 수상 논란에 3월부터 전수조사
응모자 표절 때 형사처벌 안내도 포함
지자체 등 소규모 문학상 검증 어려워
학계, 수상작 DB 구축·상금 몰수 제안
구조적 문제인데 매뉴얼 효과 의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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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작품을 베낀 출품작으로 문학상을 받은 손모씨 사태가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상반기까지 ‘문학상 운영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문체부 관계자는 2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올해 말까지 실시 예정이었던 문학 실태조사에서 문학상 부문을 3월부터 전수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문인협회 등과 협의해 6월까지 운영 매뉴얼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뉴얼에는 문학상 운영 단체가 선정 과정에서 표절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표절 적발 시에는 응모자가 받을 수 있는 형사처벌을 안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대학생 작가 김민정의 소설 ‘뿌리’를 베낀 손씨의 경우에 대해 “저작물 도용 사례로 친고죄에 해당된다”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또 문학상을 운영하는 협회나 주최 측이 응모자의 표절을 방지하는 방침을 적극적으로 만들도록 논의할 계획이다.

문학계에선 매뉴얼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체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문학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전 조사인 2018년 기준 전국 문학상은 모두 448개에 달한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는 209개가 신설됐다. 한 해에 11.6개씩 생긴 셈이다.

문학상이 우후죽순 늘면서 통제가 어려워졌고, 이는 소규모 문학상에서 두드러진다. 손씨가 받은 5개 상 가운데 4개는 문체부 실태조사에서 빠졌다. 문체부가 집계조차 하지 못한 문학상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문학계에서 손씨가 상금을 노리고 일부러 소규모 문학상만 골라 출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소규모 문학상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지자체가 지역문학 진흥·신진 작가 발굴 등을 이유로 지원금을 내고 소규모 잡지사나 협회, 학교 등과 같은 주최 측이 이를 받아 진행한다. 홍보 효과를 노린 지자체와 금전적 이익을 받는 주최 측의 이해관계가 맞닿는 셈이다.

주일우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는 “신문사나 대형출판사 등이 진행하는 문학상은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두기 때문에 표절에 더 신경을 쓰지만, 소규모 문학상은 그렇지 않은 곳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문학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은 “문학상의 운영 방식이 다양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매뉴얼이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면서 “전국 문학상 수상작들을 DB에 저장한 뒤 검색 이외의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규제를 두어 활용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

심보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최근 강단에서는 타인의 텍스트를 가져와 문학적으로 재가공할 때 표절로 봐야 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표절의 경계를 분명히 밝히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어 이 문제를 공론장으로 우선 끌어내 제대로 된 논의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표절로 밝혀지면 수상 내역을 비롯해 상금 등을 모두 몰수하고 일정 기간 공모 기회를 박탈하는 식으로 실제적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1-01-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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