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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로 만든 역대급 수상이력… 탄로난 ‘가짜 인생’ [이슈픽]

표절로 만든 역대급 수상이력… 탄로난 ‘가짜 인생’ [이슈픽]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01-20 11:05
업데이트 2021-01-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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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공모전 5개 수상…특허까지 훔쳤다
도용 또 도용…문제의식 없이 계속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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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문학공모전에서 무려 5개의 상을 받고, 대중가요 가사로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 특허청 주관 공모에서 최고상인 특허청장상을 받은 손 모씨의 역대급 수상이력은 표절로 완성된 것이었다.

손씨의 페이스북에는 각종 공모전 수상과 공공기관의 서포터즈·기자단 등 대외활동으로 받은 수료증, 위촉장, 감사패, 상장이 빼곡했다. 타인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을 닥치는 대로 도용한 결과였다. 소설, 노래가사 뿐 아니라 사진, 슬로건, 보고서까지 도용했다는 제보가 계속해서 쏟아졌다.

전체 문장 그대로 베낀 소설 ‘뿌리’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는 손씨에 의해 본문 전체가 무단으로 도용됐다. 손씨는 2018년 백마문화상 수상작인 김 작가의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베낀 뒤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을 수상했다. 수상은 뒤늦게 모두 취소됐지만 김민정 작가는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수 유영석이 1994년 발표한 노래 ‘화이트’ 후렴 가사를 자작시인 양 제출해 대상을 타기도 했다. 손씨는 지난해 8월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 ‘하동 날다’라는 작품을 제출했고, 한국디카시연구소는 이 사실을 인지한 뒤 손씨의 수상을 취소했다. 그러나 손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사진은 직접 촬영한 사진이어야 하지만 글은 5행 이내 시적 문장이면 상관이 없었다며 주최 측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손씨가 제출한 사진조타 타인의 창작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실제로 손씨는 국토교통부와 국토일보가 공동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 건설 사진 전국 공모전’에 2018년 8월 ‘콘크리트컨스트럭션’이라는 매체에 올라온 사진을 도용해 일반부 장려상을 수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동주관한 ‘2020 국민저작물 보물찾기’ 공유전 사진부문에 접수해 은상을 받은 사진 역시 이미 2018년에 올라온 게시물로 검색됐다.
김민정 페이스북 캡처
김민정 페이스북 캡처
특허청도 속았다… 창업아이디어 표절
손씨는 지난해 10월 특허청이 주최한 제2차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고상인 특허청장상과 함께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손씨가 제출한 아이디어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신개념 자전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해피캠퍼스’라는 리포트 공유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전거 네비게이션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아이디어’라는 보고서와 내용이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허청은 19일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손씨의 아이디어가 표절이라고 결론, 수상 취소와 함께 상금을 환수하기로 했다.

손씨는 리포트 공유 홈페이지를 이용해 지난해 11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주최한 ‘정보통신 공공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마이 스트리트 듀얼리티’라는 제목으로 장려상을 받았다. 이 또한 지난해 6월 ‘오픈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관광 상품 발굴과 안전한 재난 대피 유도’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보고서와 매우 흡사했다. 진흥원 역시 사실관계 확인 후 포상을 회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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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지식재산권분야 글로벌 혁신지수 평가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사진은 특허청이 입주해 있는 정부대전청사 전경. 서울신문 DB
우리나라가 지식재산권분야 글로벌 혁신지수 평가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사진은 특허청이 입주해 있는 정부대전청사 전경. 서울신문 DB
“욕심 없었다”는 손씨… 쏟아지는 표절 수상
손씨는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수상금이 좀 필요했다”라는 취지로 인터뷰했다. 소설 역시 공모전 출품을 준비하다 구글링 중 한편의 글을 발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글인 줄 알았다. 작품 표절이 문학상 수상에 결격 사유가 되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욕심이 없었던 그의 수상 이력은 셀 수 없이 많았고, 몰랐다기엔 치밀했다. 지난해 8월 ‘대한민국 체육 100년 기념 표어·포스터 공모전’에 ‘일백년을 기억하다. 일백년을 기대하다’라는 표어를 제출해 대상을 수상했지만 이 역시 지난해 6월 이미 보성군체육회에서 같은 표어가 사용됐음이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국정원 표어 공모전에 제출한 ‘가슴엔 조국을, 두눈엔 세계를’이란 표어 역시 이미 육군사관학교의 슬로건이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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