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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오래 같이 있다 보면 닮아 간다… 인간과 동물도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오래 같이 있다 보면 닮아 간다… 인간과 동물도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1-01-17 19:40
업데이트 2021-01-18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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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생태계의 진화 방향성에 대한 의문
339개 수렵채집집단과 주변 동물 분석
인간과 동물의 생활습관 90% 이상 유사
동물과 인간의 공진화에 대한 직접 증거
인간의 부정적 영향 ‘대멸종’ 단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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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사회부 기자
유용하 사회부 기자
“풀잎들이 사람을 닮아 있다/한 녀석은 고개를 외로 꼬고 배시시 웃고 있고/또 한 녀석은 입을 벌려 말을 건네고 있는 눈치다/바람이 불어오자 둘이는 함께 몸을 출렁인다/사람들이 풀잎을 닮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날이 내게 있었다.”

‘풀꽃’이라는 시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풀잎을 닮기 위하여’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영향을 줘 닮게 된다고들 한다. 오랜 세월 해로한 부부들은 얼굴뿐만 아니라 성격도 비슷하게 변해 간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사람들끼리 닮아 가는 것을 넘어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사람과 다른 생물체 간의 유사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로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인간행동·생태·문화연구분과, 킬 세계경제연구소 산하 국제개발연구센터, 본대학 경제학과, 뮌헨 공과대 생명공학 및 지속가능연구센터, 영국 브리스틀대 경제학부 공동 연구팀이 같은 공간환경에서 사는 인간과 포유류, 새는 비슷한 방법으로 행동하고 사회집단을 조직한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15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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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오랜 시간 키우다 보면 서로 성격이 비슷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비슷한 환경에 놓인 동물과 사람은 먹이를 찾는 습관이나 양육과 번식, 집단의 조직 형태까지 비슷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오랜 시간 키우다 보면 서로 성격이 비슷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비슷한 환경에 놓인 동물과 사람은 먹이를 찾는 습관이나 양육과 번식, 집단의 조직 형태까지 비슷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연구팀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동북지역에 살고 있는 음부티족과 같은 전 세계의 수렵채집집단 339개를 대상으로 각각의 생활양식과 이들의 거주지에서 반경 25㎞ 내에 살고 있는 포유류와 조류의 생활양식을 비교했다. 부계씨족사회 형태의 음부티족은 추장 같은 지도자가 없고 분쟁이 생기면 사람들이 모여 협의해 해결하며 수렵채집한 것들의 일부를 이웃 농경민에게 주고 농작물, 철기구, 옷 등과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수렵채집집단들은 각각의 환경에 맞는 생활양식을 고수하고 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이 같은 생활양식이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의 동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가’였다. 환경이 개별 생물집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은 있었지만 사람과 포유류, 조류 등 다양한 종에 대한 비교분석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같은 환경에서 사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종은 먹이를 찾고 번식하고 양육하고 사회집단을 조직하는 모습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교 대상이었던 15가지 생활양식 중 14가지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채집보다는 사냥을 하는 집단이 있는 곳 근처에는 육식동물이나 조류가 더 많고, 물고기 어획을 하는 집단 주변에는 비슷한 먹이 획득 방식을 가진 동물이 더 많다는 것이다.

먹이를 구하는 방식 같은 것처럼 환경에 직접 관련된 행동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 덜 의존하는 번식, 양육, 집단 조직 같은 행동까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간은 수렵채집집단에 따라 결혼 연령이나 첫 아이를 낳는 연령대가 다른데 주변에 사는 포유류나 새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과 아이를 낳는 나이가 빠른 집단 주변에 사는 동물들의 경우 역시 생식 및 번식 시기가 인간 집단과 닮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진화생태학자 디터 루카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난 동물과 인간의 공진화(coevolution)에 대한 결과”라며 “인간, 포유류, 조류의 행동 유사성이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환경조건을 통해 행동과 진화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생태계나 지구가 인간의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려 주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나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처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은 지구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모든 동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여섯 번째 생물 대멸종’이 더 빨라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dmondy@seoul.co.kr
2021-01-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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