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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년 전 실존한 육식동물 ‘다이어 울프’ 진짜 멸종 원인은 기후보다 진화적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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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1-14 08:03 과학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11개국 연구기관 다이어 울프 DNA 분석
미드 ‘왕좌의 게임’에도 등장하는 다이어 울프

“현존하는 늑대와 외형만 유사한 다른 종
생존에 도움주는 유전적 특성 획득 못 해
빙하기 끝나면서 멸종 피하지 못했을 것”
신생대 플라이스토세 후기 북미 지역에 살았던 다이어 울프 무리가 먹잇감인 거대동물을 사냥해 먹고 있을 때 한 쌍의 회색 늑대가 먹잇감에 접근했다가 다이어 울프에게 쫓겨나는 상상도. 다이어 울프는 다른 늑대 종들과 달리 혈통의 순수성을 지키다가 결국 빙하기 말기에 다른 거대 포유류들과 함께 멸종했다. 네이처·마우리치오 안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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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생대 플라이스토세 후기 북미 지역에 살았던 다이어 울프 무리가 먹잇감인 거대동물을 사냥해 먹고 있을 때 한 쌍의 회색 늑대가 먹잇감에 접근했다가 다이어 울프에게 쫓겨나는 상상도. 다이어 울프는 다른 늑대 종들과 달리 혈통의 순수성을 지키다가 결국 빙하기 말기에 다른 거대 포유류들과 함께 멸종했다.
네이처·마우리치오 안톤 제공

미국 판타지 작가 조지 R R 마틴이 쓴 장편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는 8부작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스타크 가문의 상징이 바로 ‘다이어 울프’이다.

다이어 울프는 판타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해 상상의 동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약 1만년 전까지 북미 대륙을 중심으로 실존했던 동물이다. 현존하는 회색 늑대와 마찬가지로 개과 개속에 속하고 외모도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중간 크기 다이어 울프의 신장이 150㎝, 몸무게는 50~79㎏으로 회색 늑대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현재 늑대보다 무는 힘도 1.5배 정도 강하고 이빨도 커서 매머드같이 몸집이 큰 동물들을 주로 사냥했던 초(超)육식동물로 알려져 있다.

중생대 백악기 말 공룡을 포함해 지구상 존재했던 전체 생물종 중 75%가 사라지는 제5차 대멸종 이후 시대인 신생대 3기 플라이스토세에 살았던 다이어 울프는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매머드, 스밀로돈, 땅늘보 같은 거대 포유류들이 사라질 때 함께 멸종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 가장 흔한 육식동물이었던 다이어 울프가 회색 늑대의 친척인지, 그리고 멸종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인지 인간의 사냥 때문인지는 여전히 고생물학 분야 수수께끼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더럼대 고고학과, 호주 애들레이드대 생명과학부 고대DNA연구센터,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생태·진화생물학과 연구진을 중심으로 영국, 호주, 미국, 러시아, 스페인, 덴마크, 캐나다, 프랑스, 그린란드, 노르웨이, 독일 등 11개국 43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다이어 울프가 현존하는 늑대들과 외형만 비슷할 뿐 사실상 다른 종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4일자에 실렸다.
뼈 화석을 이용해 복원한 다이어 울프의 모습. 미국 카네기 자연사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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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 화석을 이용해 복원한 다이어 울프의 모습.
미국 카네기 자연사박물관 제공

연구팀은 미국 와이오밍, 아이다호, 오하이오, 테네시주 등에서 발견된 약 5만~1만 2900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다이어 울프 5마리의 뼈 화석, 고대 개 3마리의 뼈 화석에서 채취한 DNA, 북미 지역에서 서식 중인 회색 늑대와 코요테 22마리에서 추출한 DNA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다이어 울프는 약 570만년 전에 회색 늑대와 갈라졌으며 약 510만년 전에는 아프리카 자칼에서 갈라져 진화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현재 늑대와 코요테, 고대 개와는 유전자 공유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도 밝혀졌다. 회색 늑대, 아프리카 늑대, 개, 코요테, 자칼 등은 이종교배 사례가 있어 서로의 DNA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다이어 울프는 다른 늑대 종들과 형태학적으로만 유사할 뿐 전혀 교배가 없이 북미 지역에서 단독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진화적 고립이 혈통의 순수성은 지켰을지 모르지만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유전적 특성을 획득하지 못해 빙하기가 끝나면서 생긴 거대 포유류 멸종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앤절라 페리 영국 더럼대 박사는 “‘왕좌의 게임’ 덕분에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다이어 울프는 외형 때문에 회색 늑대나 코요테와 가까운 혈연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돼 왔지만 이번 연구로 다이어 울프와 현존 늑대들의 관계는 마치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와 비슷한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종의 진화의 비밀을 푸는 동시에 빙하기와 함께 사라진 거대 포유동물들의 멸종 원인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게 의의”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1-01-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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