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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 구글도 노조는 현실이었다

‘꿈의 직장’ 구글도 노조는 현실이었다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1-05 21:58
업데이트 2021-01-06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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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빅테크 첫 노조 결성

성희롱·내부 고발 직원 해고 등 잇단 논란
“더이상 우리가 일하고 싶은 회사 아니다”
실리콘밸리 反노조·개인주의 변화 촉각
26만명 중 400명 참여… “역할 의문”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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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직원 부당해고 등으로 비난받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에서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개인주의와 능력주의를 신봉해 노조 결성을 부정적으로 여긴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에서 이런 움직임이 드러난 건 처음이다. 구글 노조가 실리콘밸리 전반의 문화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직원들은 4일(현지시간) ‘알파벳 노동조합’(AWU)을 결성했다. NYT는 “오랫동안 강고하게 ‘안티 노조’를 유지한 실리콘밸리에서 이례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직원들이 급여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공론화하고, 임원들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봤다. 처음 노조 설립 때 참여 조합원 수는 225명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저녁 400명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에선 2018년 무렵부터 노동자와 사측의 갈등이 불거졌다. 구글이 성추행을 저지른 임원을 보호하는 등 적절히 대처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와 약 2만명이 길거리에서 파업 시위를 벌였다. 단체교섭조차 없는 회사에서 이처럼 많은 인원이 단체 파업을 선언한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2019년에는 미 국방부에 필요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 비도덕적이라며 반대 성명을 낸 직원들이 해고되며 논란이 됐다. 전미노동위원회(NLRB)의 조사에 따르면 구글은 회사 정책에 항의하고 노조를 만들려다 해고된 노동자를 불법으로 감시하고 심문했다.

지난해 AI윤리팀 공동리더 팀닛 게브루가 해고 과정에서 부당함을 겪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반발은 커졌다. 게브루가 “구글이 활용하는 AI 기술이 성적·인종적으로 편향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썼는데, 한 상사가 이 논문을 철회하거나 저자 목록에서 이름을 빼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노조위원장을 맡은 파룰 카울은 NYT에 “우리가 구글을 만들었지만 이건 일하고 싶은 회사가 아니다”라는 글을 기고하고, “2004년 구글 상장 당시 모토는 ‘악이 되자 말자’(Don’t be evil)였다. 우리는 그때의 모토대로 살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합원 급여의 1%를 회비로 거둬 각종 행사나 파업 시 임금 및 법적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NLRB로부터 비준을 받지 않아 임금이나 근무 여건 관련 단체교섭에는 나서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법대의 비나 두발 교수는 “노조의 영향력은 구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며 “다른 테크기업 노동자에게도 노조가 ‘가능한 일’임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코넬대 루이스 하이만 교수는 “노조는 작지만 큰 변화를 보여 주는 시그널”이라면서도 “전체 직원 26만명 중 225명만 합류했다“며 노조 역할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1-0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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