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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노동조합 결성…빅테크 기업 최초

구글 노동조합 결성…빅테크 기업 최초

김규환 기자
입력 2021-01-05 14:41
업데이트 2021-01-0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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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직원들이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최초로  ‘알파벳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캠퍼스. AP 연합뉴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직원들이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최초로 ‘알파벳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캠퍼스. AP 연합뉴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직원들이 ‘알파벳 노동조합’(Alphabet Workers Union)을 결성했다. 구글은 물론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서 처음으로 결성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구글 알파벳 직원 226명은 4일(현지시간)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알파벳 노조 측은 이날 “북미의 모든 직원과 계약직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다”며 “보상이나 구글의 작업에 대한 윤리적 문제 등 각종 이슈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수 총액의 1%를 조합비로 내면 계약직과 파견직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회비는 노조 간부 급료 지원과 각종 행사 개최, 조합원 소송 지원, 파업 시 임금 손실을 보전하는 데 사용된다. 알파벳 노조는 미국과 캐나다의 통신 및 미디어 부문 근로자를 대표하는 미국통신노동조합(CWA)과 연대했다.

알파벳 노조는 고용주와 단체 협상을 벌이는 전통적인 노조와 달리 26만 명 이상의 정규직과 계약직 근로자가 있는 회사의 극히 일부만이 가입한 상태다. 이 때문에 직원들을 대표해 임금 협상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미국에서는 노조가 고용주와의 단체 교섭권을 획득하려면 각 주와 연방정부 노동당국인 연방노동관계위원회 관리 하에 직원들이 투표를 실시해 일정비율 찬성을 얻어야 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서울신문DB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서울신문DB
구글은 정보통신(IT) 업계의 ‘꿈의 직장’ 중 하나로 꼽혀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노사 갈등으로 더 주목을 받기도 했다. 수천명의 구글 직원들은 사내 성희롱 문제에 대한 회사의 대처, 미 국방부와의 협력사업 정당성 문제 등을 놓고 사측을 공개 비판해왔고 이 같은 갈등은 종종 시위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구글이 직원들의 노조 준비 활동을 방해하려고 직원들의 컴퓨터에 ‘엿보기’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또 사내 민감한 정보를 외부에 폭로한 직원들이 보복성 해고를 당하는 등 구글이 사내 비판론자를 억압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IT 업종은 다른 분야에 비해 노조 활동이 활발하지 않고 근로자들의 시위나 파업도 드물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글 직원들의 시위는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구글 인사담당자인 카라 실버스타인은 “우리 직원들은 우리가 지원하는 노동권을 보호받고 있다”며 “하지만 그동안 계속해왔듯이 우리는 모든 직원들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유지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조를 중요시하지 않았던 실리콘밸리 문화에서, 특히 대기업인 구글 노조가 출범했다는 점은 큰 의미를 지닌다. 알파벳 노조 측은 단체 교섭권 획득보다 경영진의 윤리적 행동을 더 구조적이고 장기적으로 하도록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원장인 파룰 카울과 부위원장 츄이 쇼 등 노조 지도부는 이날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너무 오랫동안 구글과 모회사인 알파벳, 알파벳의 다른 자회사 경영진은 직장 내 괴롭힘과 차별 등의 문제를 무시했고, 우리의 상사들은 전 세계의 억압적인 정부와 협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미국 국방부에서 사용할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고, 증오단체 광고로 수익을 얻었다. 유색인종 유지와 관련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조 지도부는 이어 “우리 노조는 근로자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노력하고 학대와 보복, 또는 차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공정한 임금을 받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구글은 2004년 증시 상장 당시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고 그 좌우명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였다. 우리는 그에 따라 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룸버그는 “새 노조가 구글과 알파벳 최고경영자(CEO)인 순다르 피차이 등 경영진의 각종 경영 판단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동시에 업계 전반에 걸쳐 유사한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등 좌파 성향의 민주당 중진 상원의원들은 이날 일제히 알파벳 노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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