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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갇힌 아이들… 학습 격차보다 ‘발달 격차’가 더 두렵다

집에 갇힌 아이들… 학습 격차보다 ‘발달 격차’가 더 두렵다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0-12-31 20:30
업데이트 2021-01-0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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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수업 축소로 상호 활동 기회 줄면서 신체 활동·감각·정서 발달 결손도 늘어나
학습 격차보다 인식 부족해 해법도 난제
형편 어려울수록 발달 격차 늘어나 심각
“초등 저학년이라도 대면 수업 보장해야”

등교수업이 진행 중인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둥글게 모여 앉아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활동에 아이들의 3분의2는 ‘관객’이 된 듯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담임교사가 탬버린을 치며 흥을 돋워 보지만 요지부동이다. 담임인 A교사는 “2학기가 돼도 아이들이 몸과 손을 어떻게 움직여 노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잘 알지 못했다”면서 “아이들이 키는 불쑥 자랐는데 몸과 마음은 덜 자란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한 초등학생들이 ‘발달 격차’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교육계에서 나오고 있다. 등교 일수가 줄고 다양한 활동과 상호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신체와 감각, 정서 발달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손균자 서울 천왕초등학교 교사는 31일 “초등 교사들 사이에서 학생들이 글씨를 쓰거나 가위질, 종이접기 등을 하는 조작 활동이 눈에 띄게 서투르다는 이야기가 많다”면서 “특히 저학년들은 학교생활에서 이뤄져 왔던 발달이 지체됐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원격수업 기간 동안 신체와 감각 발달의 기회가 부족했을 아이들을 위해 일부 학교에선 2학기에는 흙놀이와 만들기, 창의음악 등의 활동을 늘렸지만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발달 격차는 장기간에 걸쳐 드러나는 탓에 최소 수년간에 걸친 관찰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를 겪은 초등학생들이 예년의 학생들과의 발달 격차, 또 학생들 간 발달 격차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강정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학교에서 말하기와 듣기, 쓰기를 일상적으로 훈련하는 것부터 어려워졌다”면서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발달의 결손이 발생한 채 학년을 진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달 격차 문제는 ‘학습 격차’ 못지않은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데다 단기간에 해소하기도 어렵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문제는 학습 격차에 비해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기획실장은 “움직임이 부족하면 뇌의 발달이 지체돼 학습 격차로 이어지며,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일수록 발달을 위한 자극이 채워지지 않아 더 심각해진다”면서 “발달 격차에 대한 교육 당국의 연구도 부재하며, 움직이는 수업을 많이 하려 해도 학부모들이 문제집을 많이 풀게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계에서는 ▲발달 격차에 대한 실태조사 및 연구 ▲원격수업 환경에서의 발달 격차 해소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초등 저학년은 학교에서의 상호작용과 신체 활동이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면 수업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 실장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라도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줄여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21-01-0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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