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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업은 엄마가 “레디~ 액션!” 겨울 무대, 그 열정을 다시 보다

아이 업은 엄마가 “레디~ 액션!” 겨울 무대, 그 열정을 다시 보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12-03 20:48
업데이트 2020-12-04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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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삶 다룬 무대들

최초 女 영화감독 박남옥 다룬
국립극장의 ‘명색이 아프레걸’
일제강점기 기생들의 만세운동
서울예술단·경기아트센터 ‘향화’
연말연시 따뜻한 위로 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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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을 굽히지 않고 진취적인 삶을 살아 낸 여성들이 올 연말과 내년 초 무대에 선다. 2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명색이 아프레걸’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의 치열함을 재조명한다. 국립극장 제공
소신을 굽히지 않고 진취적인 삶을 살아 낸 여성들이 올 연말과 내년 초 무대에 선다. 2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명색이 아프레걸’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의 치열함을 재조명한다.
국립극장 제공
일제강점기와 전후 격동의 역사를 뜨겁게 불태웠던 여성들의 삶이 올 연말과 내년 초 무대를 달군다. 자신의 꿈을 위해, 또는 나라를 위해 뜻을 굽히지 않고 꿋꿋이 목소리를 낸 여성들의 주체적인 생애는, 힘겨운 해를 잘 버텨 낸 관객들에게 위로를 건네기에 충분해 보인다.

국립극장은 오는 23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을 선보인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과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이 2011년 이후 9년 만에 합동으로 올리는 작품으로,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1923~2017)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아프레걸은 전후(戰後)라는 뜻의 프랑스어 ‘아프레 게르’(apres-guerre)에서 ‘게르’를 ‘걸’(girl)로 바꾼 말로 1950년대 여러 매체에서 전통적인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새로운 여성을 지칭할 때 쓰였다. 간혹 사치나 향락 등에 빠진 ‘악녀’ 이미지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이번 공연에선 갖은 시련을 이겨 내고 당당하게 꿈을 이뤄 낸 진취적인 여성을 뜻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영화 포스터를 모을 만큼 영화를 사랑했고 갓난아기를 들쳐 업고 16㎜ 필름 카메라 한 대로 전국을 누비며 단 한 편의 작품 ‘미망인’을 강렬하게 남긴 박남옥의 열정이 무대 위에 오른다.

국립극단 단장으로 새로 부임한 김광보 연출을 비롯해 고연옥 작가, 나실인 음악감독 등 창작진도 화려하다. 고 작가는 “박 감독이 영화 한 편을 촬영하기까지 겪은 어려움은 이 시대 여성들이 겪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그의 행보는 여성이자 한 인간으로서 극복하고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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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을 굽히지 않고 진취적인 삶을 살아 낸 여성들이 올 연말과 내년 초 무대에 선다. 1919년 3월 수원 만세운동을 이끈 권번 출신 독립운동가 김향화의 생애는 서울예술단의 신작 창작가무극 ‘향화’로 재조명된다. 서울예술단 제공
소신을 굽히지 않고 진취적인 삶을 살아 낸 여성들이 올 연말과 내년 초 무대에 선다. 1919년 3월 수원 만세운동을 이끈 권번 출신 독립운동가 김향화의 생애는 서울예술단의 신작 창작가무극 ‘향화’로 재조명된다.
서울예술단 제공
지난 6~7월 명성황후의 삶을 다룬 서울예술단은 경기아트센터와 공동 제작한 신작 창작가무극 ‘향화’를 내년 1월 8~10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처음 선보인다. 수원 지역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권번 기생 김향화(1897~1950) 열사를 서울예술단 특유의 한국적 음악의 가무극을 통해 진중하게 재조명한다.

어릴 적 ‘순이’로 불린 김향화는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18세에 이혼을 하고,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수원권번 기생이 된다. 기적(기생 명부)에 올린 이름 향화(香花)는 향기로운 꽃이라는 뜻이다.

그는 1919년 고종이 승하하자 기생들을 이끌고 대한문 앞에서 망곡례를 올렸고, 3·1운동 열기가 한창이던 그해 3월 29일 일제가 강요한 치욕스러운 위생검사가 있던 자혜병원(수원 화성 봉수당 자리) 일대에서 기생 33명의 선두에서 만세를 외쳤다. 이 사건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돼 유관순 열사 등과 심한 옥고를 치르고 가석방된 1919년 10월 이후 행적이 묘연해졌다. 서울예술단 권호성 예술감독은 “차별과 억압의 시대를 살았던 향화를 이 시대로 소환해 실종되고 굴절된 여인들의 역사를 조명하려 했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12-0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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