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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당일 확진 날벼락 병원서 시험… 감독관 31명 긴급교체 홍역

수능 당일 확진 날벼락 병원서 시험… 감독관 31명 긴급교체 홍역

김소라 기자
김소라, 한상봉, 이주원, 김주연, 이범수 기자
입력 2020-12-03 18:12
업데이트 2020-12-0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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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코로나 수능 이모저모

수능일 새벽까지 수험생 대상 진단검사
확진 45명·자가격리 456명, 별도로 시험
대전서 감독관 2명 확진… 접촉자도 제외

응원 금지된 시험장 밖은 차분한 분위기
“세월호 참사 겪은 비운의 2002년 수험생
코로나로 학교도 제대로 못 가 안쓰러워”


감염 우려에 반찬 없이 주먹밥만 먹기도
“수능 후에도 모임·외출 최대한 자제해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응시생들이 음압시설을 갖춘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격리병동에 마련된 별도의 장소에서 시험을 보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단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응시생들이 음압시설을 갖춘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격리병동에 마련된 별도의 장소에서 시험을 보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단
코로나19 ‘3차 대유행’ 시기에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방역 역량이 총동원된 초유의 ‘살얼음판 수능’이었다. 시험 당일 새벽까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이어졌으며 감염 방지를 위한 보호구와 방역복이 등장했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수능시험에 응시한 코로나19 확진 수험생은 45명, 자가격리 수험생은 456명이었다. 이들은 각각 병원 및 생활치료센터와 별도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수능 하루 전까지 수험생들의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이어져 총 414명 중 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진 수험생들에게도 응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각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등 관련 기관은 밤샘 작업을 벌였다. 교육부는 “3일 새벽 4시 34분 수험생의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완료됐다”면서 “시험 시작 전에 신속하게 확진 수험생의 시험장 배정과 학생 안내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인천에서는 고3 수험생이 이날 0시 양성 판정을 받고 새벽 2시 인천시의료원으로 긴급 이송돼 병원에서 수능시험을 치렀다. 이 학생은 며칠 전부터 미각과 후각을 느끼지 못해 지난 2일 인천 연수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체 검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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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이후 대입 일정
수능 이후 대입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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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이후 논술 일정
수능 이후 논술 일정
대전에서는 감독관이었던 교사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밀접 접촉자까지 포함해 모두 31명을 교체하느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대전시는 지난 2일 밤 30대 고교 교사 A(대전 512번)씨와 그의 아들이 확진되자 A씨와 밀접 접촉한 동료 교사를 검사한 끝에 3일 새벽 또 다른 교사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교사는 31명으로 모두 수능 감독관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시교육청은 즉시 이들을 대신해 예비 감독관들을 시험장에 긴급 투입했다.

수능이 치러진 고사장들에는 예년처럼 학생들의 열띤 응원이나 따뜻한 차 나눔 없이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줄을 지어 시험장으로 들어갔고 학부모들도 대화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일선 교육청들이 “교문 앞에 모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면서 대부분 학부모들은 곧바로 자리를 떴으나 시험을 치르는 자녀에 대한 걱정에 발길을 돌리지 못한 학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에서 교문 앞을 떠나지 못하던 수험생 부모 김모(50)씨는 “2002년생은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이 취소되는 등 ‘비운의 세대’라고 불리는데 수험생이 된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해 마음이 쓰인다”면서 “그렇지만 딸은 ‘평소처럼 하고 오겠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고 앞에서는 응원이 금지된 아쉬움을 달래는 후배들도 있었다. 관악고 2학년 장준영(17)군은 “동아리 선배들이 시험을 보는데 마음껏 응원하지 못해 아쉽다”며 “배웅이라도 하려고 친구 10명과 찾아왔다”고 말했다.

시험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다 감염되거나 마스크가 부족해 당황하지는 않을지 걱정거리가 가득했다. 딸이 수능을 치렀다는 황모(48)씨는 “반찬통 여러 개를 펼쳐 먹는 도시락은 꺼려진다”며 “한입씩 먹을 수 있는 주먹밥 이외에 다른 식사거리는 준비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유모(47)씨도 “딸에게 여분의 마스크와 소형 손소독제를 줬다”며 “시험장에서 쉬는 시간마다 손에 꼭 바르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감독관들도 사상 첫 감염병 확산 속 시험이라는 분위기에 바짝 긴장했다. 대전에서 자가격리 수험생의 감독관을 맡은 곽모(28)씨는 “보호구를 착용하고 감독을 하게 돼 조금 긴장이 된다”면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감독관 유의 사항을 꼼꼼히 읽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에 교통경찰 2665명, 지역경찰 3579명, 기동대 1356명 등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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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시험장인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에서 시험을 마친 한 수험생(왼쪽)이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시험장인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에서 시험을 마친 한 수험생(왼쪽)이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방역 당국은 수능이 끝난 뒤에도 수험생들이 방역 수칙을 지켜 줄 것을 당부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험생들이) 학업에 열중하느라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수능이 끝난 후에 친구들과 모임을 갖는다든가, 밀폐된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장시간 얘기를 나누는 등의 활동은 최대한 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손 반장은 이어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는 “오늘 같은 날 식당에서의 외식 계획도 있을 수 있겠지만 식당과 같은 밀폐된 환경은 위험한 만큼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교육부는 오는 31일까지를 ‘학생 안전 특별기간’으로 지정하고 PC방과 노래방 등 수험생의 방문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전국종합·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20-12-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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