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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네타냐후 ‘극비 회동’… 바이든에 손 내미나

빈 살만·네타냐후 ‘극비 회동’… 바이든에 손 내미나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11-24 18:02
업데이트 2020-11-2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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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사우디·이스라엘 실세 첫 대면
사우디 네옴에서 2시간 비공개 만남
국교 정상화·이란 문제 등 논의한 듯
美에 중동 문제 개입 메시지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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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사우디아리비아 왕세자. AFP 연합뉴스
빈 살만 사우디아리비아 왕세자.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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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권력 교체기에 이스라엘 총리와 사우디아리비아의 실질적 지도자인 왕세자가 최근 극비리에 회동한 것은 두 적성국 사이 역사적인 분수령이자 내년 1월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보낸 모종의 대화 신호라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깨 버린 이란 핵협상에 복귀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정책과 맞물려 이 지역 역학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총리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을 출발해 무함마드 빈 살만(왼쪽) 사우디 왕세자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회동하던 사우디 북부 항구도시 네옴에서 두 시간가량 체류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빈 살만 왕세자가 대면한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수장인 요시 코헨이 네타냐후 총리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회동은 각국 정보 당국자들에 의해 흘러나왔지만 공식 채널로는 부인됐다. 그러나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유대교 이스라엘 간 첫 최고위급 회담이 비공개로 열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는 “회동에 대해 아는 것은 이너 서클 내에서도 일부”라며 “외무장관이나 국방장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우디 외무장관인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는 “공식 참석자는 미국과 사우디 관계자뿐”이라며 그의 참석을 부인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이나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한 미 국무부 대변인도 확인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샤우 야나이 히브리대학 중동 전문가는 “네타냐후는 노련한 외교관이어서 오케이(OK) 사인을 받기 전에는 유출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그런 일(노출)이 일어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수단 등 중동국과 수교한 이스라엘이 중동국 맏형 격인 사우디와 적대 관계를 청산한다면 이슬람 시아파 국가로 양국 모두에 눈엣가시인 이란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양국 지도자는 국교 정상화, 이란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WSJ가 전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들의 회동이 출범 예정인 바이든 행정부에 개입 요구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이란과 협상에 들어간다면 이들 국가는 지역 문제에 더 개입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적대관계이면서도 오랫동안 지역 안정·평화를 미군에 의존해 왔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이란과의 핵협상이 이들 국가에는 실존적 위협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지정학적 위기에 빠졌을 때 미군이 도우러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사우디는 핵 억지력을 보유한 이스라엘처럼 이란에 대항하는 확고한 핵무장 국가가 필요한 입장이다. 이들이 외교관계를 트는 것은 미국의 정치적 변덕에 따른 정책 리스크를 줄이면서 중동의 지정학 관계에서 지렛대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11-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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