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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이건희, 반도체 미래 조망하며 잠들다

거인 이건희, 반도체 미래 조망하며 잠들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0-10-28 17:18
업데이트 2020-10-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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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수원 화성사업장으로 마지막 출근
전현직 임직원 1000여명 국화꽃 들고 애도
이 부회장 등 유족, 하차해 감사 인사
“이건희, 아버지 능가하는 업적 이뤄”
수원사업장 10km 거리 가족 선산서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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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운구차량이 28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운구차량이 28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한국경제의 거인’이 반도체의 미래를 바라보며 영원한 잠에 들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전 경기 화성 사업장으로 ‘마지막 출근’을 했다.

이날 오전 11시 고인을 태운 운구차가 화성 사업장 정문에 나타나자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 1000여명이 사업장 내 길가에 모여들었다. 운구차가 도착하기 2시간 전부터 하나둘씩 나와 3000여 송이의 국화를 나눠 든 직원들은 운구차가 지나가자 고개 숙여 ‘회장님’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애도의 발걸음들이 늘어나면서 2㎞에 이르는 화성 사업장 내 도로 양쪽에 직원들이 4~5줄로 겹겹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한 차량 위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영상에서 생전 화성사업장을 찾은 이 회장의 모습이 등장하자 일부 직원들은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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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소재 삼성가 선산에서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장지로 향하고 있다. 2020.10.28 뉴스1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소재 삼성가 선산에서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장지로 향하고 있다. 2020.10.28 뉴스1
화성 사업장이 마지막 출근지가 된 것은 이 회장이 ‘세계의 삼성’을 일구게 한 핵심 생산기지이자 삼성 반도체의 미래를 심은 곳이기 때문이다. 1974년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는, 당시로선 ‘무모한 결단’을 내린 고인은 이 곳에서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신화를 써내려갔다. 1983년 직접 해당 사업장 부지를 정하고 착공식, 준공식 등의 행사를 챙길 정도로 고인이 애정과 공을 들였다. 그런 까닭인지 이날 운구 행렬은 이전 행선지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한남동 자택, 집무실이 있는 이태원동 승지원 등은 정차하지 않고 지나간 반면 화성 사업장에서는 25분간이나 머무르며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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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속 미소
영정 속 미소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운구차량이 28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으로 ‘마지막 출근’에 나선 가운데 운구차량 속 영정이 비쳐보이고 있다.
뉴스1
이 곳은 또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의 미래를 키워가는 중심이기도 하다. 지난해 4월 이 부회장은 이 곳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독보적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133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부회장, 홍라희 여사 등 유족들은 고인이 지난 2010년 기공식, 2011년 준공식에 직접 참여해 환하게 웃으며 직원들을 격려했던 16라인 앞에 모두 하차했다. 그리고 배웅나온 임직원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이 회장이 첫 삽을 떴던 16라인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나와 고인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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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비공개로 열린 고 이건희 회장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비공개로 열린 고 이건희 회장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이 회장의 종착지는 수원 장안구 이목동의 가족 선영이었다. 아버지인 이병철 선대 회장의 부모와 조부가 묻힌 곳으로 장지로 결정된 데는 홍 여사의 뜻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7시반부터 1시간가량 삼성서울병원에서 엄수된 영결식에서는 ‘무한탐구를 즐긴 소년 이건희’부터 ‘아버지를 뛰어넘은 기업인 이건희’까지 고인의 면면이 조망됐다. 고인의 50년지기 서울사대부고 동창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은 추모사에서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 회장보다 ‘승어부’(勝於父)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 승어부는 아비를 능가하는 효의 첫걸음”이라며 “부친 어깨 너머로 배운 이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뤘듯 이 부회장이 새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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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회장 영결식 참석하는 유족들
고 이건희 회장 영결식 참석하는 유족들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강당에서 비공개로 열린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영결식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유족들이 참석하고 있다. 2020.10.28/뉴스1
영결식에는 이 회장 비서실 출신인 이학수 전 부회장, 최지성 전 부회장, 이수빈 삼성경제연구소 회장 등 ‘이건희 사람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약력보고를 하면서 “고인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여 반도체 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회고하던 중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은 지난 2014년 5월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간 투병하다 지난 25일 78세로 생을 마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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