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럿 美대법관 취임… 보수 6명 진보 3명
52대48로 통과… 151년 만에 소수당 첫 0표각 지지층 결집 속 대법 놓고 전쟁 가능성
배럿 “양당·개인적 호불호 없이 일할 것”
WP “공화 정권 잃어도 지속될 보수 유산”
해리스 “6200만명 투표 속 인준 강행 야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연방대법관 취임 선서식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선서하는 에이미 코니 배럿 신임 대법관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부터 배럿 대법관, 남편 제시 배럿, 트럼프 대통령, 최선임 대법관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워싱턴DC AFP 연합뉴스
워싱턴DC AFP 연합뉴스
배럿 대법관은 26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직후 백악관에서 열린 취임 선서식에서 “오늘 밤 엄숙한 선서의 핵심은 (특정 집단에 대한)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또 양당이나 개인적 호불호와 상관없이 내 일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배럿 대법관의 지명 및 인준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정치적 행보로 봤다. 워싱턴포스트는 “(배럿은) 보수적인 변화를 더 공고히 할 대법관으로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이 정권을 잃더라도 지속될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NBC방송은 “법조계 전문가 일부는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따져도 가장 보수적인 대법원이라고 평가한다”며 “(배럿 대법관은) 낙태나 의료보험 등 진보적 의제를 위협하고 선거자금 및 총기소지 등의 판결에서는 우파의 이점을 굳건히 할 것”이라고 했다.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6명 대 진보 3명’ 구도의 대법원 보수화를 완성하는 카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미 보수성향의 닐 고서치·브렛 캐버노 대법관을 잇달아 임명했다. ‘우향우 대법원’은 트럼프에게 일단 유리하다. 그도 이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우편투표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대선 결과는) 결국 대법원에 갈 것”이라며 “우리가 대법관 9명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노골적으로 밝힌 바 있다. 2000년 대선 때 승부의 추가 된 플로리다 재검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이 5대4로 재검표를 막으면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전례가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상원의원)는 이날 트위터에 “공화당은 코로나19 부양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대법원 지명자를 밀어 넣는 것을 선택했다. 6200만명 이상이 이미 투표를 한 상황에서 말이다”며 “야비하다”고 비난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이 대법관 지명을 막은 공화당에 대해 다시 한번 ‘내로남불’ 비난이 떨어졌다.
배럿 판사의 인준 강행이 향후 더 큰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소수 정당으로부터 단 한 표의 찬성도 얻지 못한 채 인준된 것은 151년 만에 처음”이라며 “대법관 공천 전쟁이 얼마나 격렬해졌는지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면 대법관 정원을 늘려 진보성향 대법관을 과반 이상으로 만들자는 민주당 일각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는 아직 이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배럿 대법관은 2016년 사망한 보수 성향인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서기 출신이며, 모교인 노터데임대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9명의 현 대법관 중 유일하게 하버드·예일 로스쿨 출신이 아니다. 아이는 7명으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다만 남성 지도자를 ‘머리’, 여성 지도자를 ‘시녀’로 부르는 기독교 단체 ‘찬양하는 사람들’의 회원으로 드러나 인준 과정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0-10-28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