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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기적처럼 말했었는데… 라면형제 동생 끝내 하늘로

“엄마” 기적처럼 말했었는데… 라면형제 동생 끝내 하늘로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20-10-21 22:46
업데이트 2020-10-2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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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곤란·구토 등 상태 악화로 숨져
여야·치료비 기부 시민들 애도 물결

지난해 9월 1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가 불을 내 온몸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사진은 화재 현장 모습. 인천 미추홀소방서 제공
지난해 9월 1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가 불을 내 온몸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사진은 화재 현장 모습. 인천 미추홀소방서 제공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이려다가 발생한 화재로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 중 동생이 끝내 숨졌다.

21일 인천 미추홀구에 따르면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10)군의 동생 B(8)군이 이날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겼으나 오후 3시 45분쯤 숨을 거뒀다. B군은 전날 오후부터 호흡곤란과 구토 증세 등을 보여 이날 오전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기도 폐쇄 증상이 나타나면서 심폐소생술(CPR)을 2시간 넘게 받았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전신 1도 화상을 입은 B군은 화재 당시 연기를 많이 들이마셔 호흡기를 크게 다쳤다.

B군은 지난달 30일 추석 연휴 첫날 형과 함께 의식을 완전히 되찾아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엄마’를 부를 수 있을 만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도 추모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B군이) 결국 오후 3시 45분쯤 하늘나라로 갔다”며 “지켜 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지켜 주지 못한 죽음을 국민 모두와 함께 애도하며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아픔 없이 행복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고 말했다.

B군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형제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치료비를 기부한 시민들 역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들의 사연이 알려진 뒤 인천 미추홀구의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에는 전날까지 1087명이 모두 2억 2700만원을 기부했다. 인천 지역 맘카페 등에는 ‘회복되고 있다더니 갑자기 무슨 일인지 충격이다’라거나 ‘우리 아들 또래인데 너무 슬프다’는 등 내용의 추모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A군 형제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쯤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형제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던 중에 엄마가 외출하고 없는 집에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20-10-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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