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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청에 겹가락 많은 심청가, 노락질하듯 할 거면 안 한다”

“변청에 겹가락 많은 심청가, 노락질하듯 할 거면 안 한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10-20 20:40
업데이트 2020-10-21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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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60년’ 김영자 명창 ‘심청가’ 보유자 인정 후 첫 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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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명창
김영자 명창
“어휴, 겁나게 긴장돼요. 하기 전날은 잠도 안 온다니까요.”

60년째 소리를 이어 온 명창도 판소리 완창 무대 앞에선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셀 수 없이 완창을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겁이 나고 무섭다고 했다. 그만큼 어려운 거고,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락질(놀이의 방언)하듯 대충 할 거면 안 하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영자 명창은 지난 9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그가 보여 주는 완창 무대가 오는 24일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전주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밤에 겨우 연습을 한다는 그와 지난 19일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밥 먹는 시간이 10분밖에 안 된다”며 “이 좋은 것을 제대로 알게 하려면 아무리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명창은 열 살에 기품 있는 소리를 지향하는 강산제 보성소리 계승자인 정권진 명창에게 ‘심청가’와 ‘춘향가’를 배우며 판소리에 입문했다. 이후 김준섭 명창을 비롯해 김소희·박봉술·성우향 등에게서 판소리 다섯 바탕을 사사했다. 1974년부터 25년간 국립창극단에서 활약하며 소리가 깊고 탄탄한 것은 물론 발림과 아니리 표현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김일구 명창이 남편이고 두 아들도 국악인이다.

198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수궁가’ 전수교육조교로도 일찌감치 인정됐는데, 보유자가 되기까지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조금만 젊은 나이에 인정해 줬으면 얼마나 좋아. 그럼 전수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됐을 텐데.” 볼멘소리가 아니라 판소리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 들린다.

‘심청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비장한 대목이 많고 기교가 다양하며 예술성이 뛰어나 소리꾼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공연 시간은 4시간. 김 명창도 그 부담을 숨기지 않았다. “처음부터 우는 대목 투성이고 변청에 겹가락 기교가 많아 굉장히 된(힘든) 작품”이라며 “대충 술술 해선 안 되고 소리마다 끝을 제대로 갖다 놓으려면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청이가 아버지를 애타게 부를 때마다 눈물이 터져 버린다는 김 명창은 “요즘 같은 때에 이렇게 슬프고 침울한 곡을 보여 드려도 괜찮으려나” 하고 조심스럽게 묻다가도 “제가 창극을 한 사람이니 심청이와 심 봉사, 뱃사공까지 모든 등장인물의 묘미를 살려 보겠다”며 기대감을 돋웠다.

국립극장이 매달 선보이는 완창판소리는 코로나19로 지난 5월 이후 줄곧 문을 닫았다가 이번에 관객을 맞는다. “우리 소리가 얼마나 재미있고 좋은지 자꾸 들으면 알 수 있는데 들을 기회조차 너무 적어요.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제대로 보여 줘야죠. 무대에서 실려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죽을힘을 다해 하고 싶어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10-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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