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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글날, 또 등장한 ‘차벽’…“집회는 왜 해서” vs “길은 왜 막나”(종합)

[르포] 한글날, 또 등장한 ‘차벽’…“집회는 왜 해서” vs “길은 왜 막나”(종합)

김주연 기자
김주연, 이성원 기자
입력 2020-10-09 15:28
업데이트 2020-10-0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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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집회신고 1220건 중 139건 금지통고
경찰, 개천절 집회 이어 또다시 차벽 세워
위헌 논란 의식한 듯, 전면 봉쇄는 안해
광화문 광장 곳곳 보수단체와 경찰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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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광화문 광장 진입 시도한 보수단체들
한글날 광화문 광장 진입 시도한 보수단체들 한글날인 9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 일대 모습. 경찰은 이날 집회와 차량시위가 강행될 상황에 대비해 도심 주요 도로 곳곳을 통제하고 차벽을 세웠다.
“제가 무기가 있습니까, 뭐가 있습니까.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글날인 9일 오후 1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하던 강연재(45) 변호사는 종각역 1번 출구 앞에서 경찰들에 제지당하자 목소리를 높였다. 강 변호사는 경찰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딱 들어앉아서 자신의 장난감처럼 이쪽 가서 막아라, 저쪽 가서 막아라 (하며) 병정놀이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법률가로서 양심을 지켜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길목을 막고 있던 경찰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통행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한글날인 이날 광화문 광장 인근에는 불법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 차벽’이 재등장했다. 경찰들은 차벽 사이에서 광장과 서울시청으로 가는 길목에서 통행을 통제하기도 했고, 이 사이에서 집회를 주최하는 보수단체 시민들과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다만 경찰은 지난 개천절 집회처럼 위헌 논란을 의식해 광화문 광장을 둘러싸진 않았다. 또 서울 시내 진입로에 설치한 검문소도 90곳에서 57곳으로 줄였다. 지난 개천절 집회 때보단 산발적인 충돌도 완화된 모습이었다.

시내 검문소 절반 줄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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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광화문 광장 진입 시도한 보수단체들
한글날 광화문 광장 진입 시도한 보수단체들 한글날인 9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 일대 모습. 경찰은 이날 집회와 차량시위가 강행될 상황에 대비해 도심 주요 도로 곳곳을 통제하고 차벽을 세웠다.
사랑제일교회 등이 참여하는 8·15광화문국민대회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대문구 독립문 등에서 낙태 반대, 방역당국 비난 등을 주제로 한 연속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자 경찰이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 인근에서 이동을 통제하면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오후 1시 보신각에서 기독자유통일당과 8·15변호인단이 전광훈 목사 입장문을 대독하는 기자회견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리자, 경찰은 벤치에 앉지 못하도록 저지하기도 했다. 이에 한 70대 여성은 “우리는 10명도 안 되는데 경찰 수백명이 모였다”면서 “당신들이야말로 방역법을 안지킨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날 서울에 신고된 집회는 총 1220건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인원이 10명 이상이거나 중구·종로구 등 집회금지 구역에 신고된 139건에 개최 금지를 통고했다.

“방역 차원 이해는 하지만… 통행불편”
경찰은 도로변에 차벽과 울타리를 배치하고, 인도에는 6~8명씩 나란히 서서 광화문 광장 쪽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에게 “어디로 가시냐”로 물었다. 오후 12시 30분쯤 시청에서 광화문 쪽으로 이동하던 한 60대 남성은 “남이야 어디 가든 말든”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경찰이 “집합금지 때문이다”라고 설명하자, 그는 “나는 모르겠고 사무실에 간다”면서 “똑바로 하라는 거에요. 정신 차리라”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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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광화문 광장 진입 시도한 보수단체들
한글날 광화문 광장 진입 시도한 보수단체들 한글날인 9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 일대 모습. 경찰은 이날 집회와 차량시위가 강행될 상황에 대비해 도심 주요 도로 곳곳을 통제하고 차벽을 세웠다.
경찰은 이날 개천절과 비슷한 수준인 180여개 부대, 1만 1000여명의 경력을 동원해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을 관리했다. 경찰 차벽은 광화문 일대 도로변에 만들어졌다. 광화문 광장을 원천 봉쇄하지는 않는 대신 철제 펜스로 광장 주위를 막아 진입을 통제했다. 개천절에 서울 시내 진입로 90곳에 설치했던 검문소는 이날 57곳으로 줄였다. 경찰은 시민들의 도심 통행을 돕고자 셔틀버스 4대를 운영했다. 이날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서울시청 아래 차벽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또 집회관리를 위해 동원된 경찰의 임시편성부대도 해산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민들이 도심을 이동하는데 불편함은 피할 수 없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건 이해를 하는데, 일반 시민들의 통행은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러한 시국에 돼 집회를 강행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철 무정차와 버스 우회는 시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종로·율곡로 구간 셔틀버스 4대를 운영(1900여명 이용)하고 차단지점 주변에 우회로 안내 배너·플래카드 등 설치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시민불편을 줄이기 위해 제공한 무료 셔틀버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이 시민불편을 줄이기 위해 제공한 무료 셔틀버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서울청 관계자는 “통행 안내를 위해 경찰관을 90명 배치하는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방역당국과 긴밀히 협업하여 시민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감염병 확산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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