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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키로…낙태죄는 유지

정부,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키로…낙태죄는 유지

곽혜진 기자
입력 2020-10-07 11:13
업데이트 2020-10-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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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24주 이내는 조건부 허용
미성년자도 보호자 동의 없이 가능
안전한 낙태 위한 절차 요건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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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찬성 시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 4. 11.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낙태죄 폐지 찬성 시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 4. 11.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정부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임신중단(낙태)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임신 중기에 해당하는 15주∼24주 이내에는 성범죄로 인한 임신이나 임신부 건강의 위험 등 사유가 있을 때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안전처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형법상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년 6개월 만이다.

이번 개정안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낙태죄는 유지하되, 허용 요건 조항을 다듬은 것이다. 우선 임신 초기인 14주 이내에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 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기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 임신 15주∼24주 이내에는 조건부로 낙태를 할 수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서는 임부나 배우자에게 유전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근친 관계 간 임신, 임신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만 임신 2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임신부의 사회적·경제적 사유도 새롭게 추가했다. 사전에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과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었던 모자보건법상의 배우자 동의 요건은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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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3개 단체가 모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 행동’이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낙태죄 폐지 찬성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3개 단체가 모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 행동’이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낙태죄 폐지 찬성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한 낙태를 위해 절차적 허용 요건도 설정했다. 현행처럼 낙태 시술자를 의사로 한정하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만 낙태할 수 있도록 했다. 낙태 시술 시 의사로부터 사전에 시술 방법과 후유증, 시술 전후 준수사항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에 동의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심신장애가 있어 당사자 판단이 어렵다면 법정 대리인의 동의로 대신할 수 있다.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경우 상담 사실확인서를 제출해 시술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형법과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의약품에 대해 낙태 암시 문구나 도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약사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자연유산을 유도하는 의약품의 허가를 신청받고, 필요하면 허가 신청을 위한 사전 상담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의사의 개인적 신념에 따른 낙태 거부도 인정했다. 의사는 시술 요청을 거부하는 즉시 임신부에게 임신 유지 여부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임신·출산 상담기관을 안내해야 한다.

정부는 “태아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후속 조치를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향후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정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임신주수 구분 없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것보다 훨씬 후퇴한 수준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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