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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비판여론 무겁게 받아들여… ‘대화 불씨’ 남북 관계 반전 의지

국민 비판여론 무겁게 받아들여… ‘대화 불씨’ 남북 관계 반전 의지

임일영 기자
임일영, 이근홍 기자
입력 2020-09-28 17:36
업데이트 2020-09-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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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희생자 애도” 첫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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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던 중 굳은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던 중 굳은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공무원 A씨 사건과 관련,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애도와 함께 국민들에게 사과한 것은 북측의 비인도적 처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충격이 컸고, 사건 당일과 후속 조치를 두고도 비판 여론이 들끓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5일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유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문 대통령이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가 나온 24일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6일 만이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북한군의 행위를 강력 규탄하는 입장을 발표하고도 4일 만이라는 점에서 북측을 의식하다가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나 됐나. 벌써 6일이나 지났다”면서 “국민 여론을 의식해 마지못해 사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멈춰서는 안 되며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군사통신선의 우선적 복구 등 소통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면서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비극을 계기로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터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적 공분에는 공감하지만, 위기관리를 통해 남북 관계 파탄을 막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점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극이 반복되는 대립의 역사는 이제 끝내야 하고, 당장 제도적 협력으로 나아가지는 못하더라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저선은 어떤 경우에든 지켜 나가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연장선에 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주재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힌 데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북측이 “남측에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조사 통보했다”며 김 위원장의 사과와 함께 일단락됐다는 취지를 밝힌 상황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 조사 요청을 받아들이도록 명분을 다지려는 의도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또한 “이번 사건과 앞으로의 처리 결말 역시 분단의 역사 속에 기록될 것”이라며 사실관계 규명과 재발 방지 방안까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매듭짓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분의 ‘트리거’(방아쇠)가 된 시신을 불태웠는지는 물론 월북 의사, 사살 결정 주체를 두고 남북 발표가 완전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흐지부지 끝난다면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2020-09-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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