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고스트’ 주원·김우형과 나란히 캐스팅
1년 만에 앙상블→소극장→중극장→대극장 주연
뮤지컬 ‘고스트’에서 샘 위트 역을 맡게 된 배우 김진욱.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진욱은 1년 전 이야기를 하는데도 눈빛이 떨렸다. “믿을 수 없었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당시 앙상블에 지원했던 그는 “대극장 오디션은 처음이라 그저 좋은 경험 한다고 생각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가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넘버 ‘둘 만의 이야기’를 부르고 오디션장을 떠난 뒤 제작진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대체 누구냐며 수소문을 하는데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 뒤 김진욱은 다른 배우 8명과 다시 오디션 기회를 얻었고, 자정쯤 캐스팅 확정 전화를 받았다.
극 중 샘은 잘생기고 능력 있고, 사랑스런 연인까지 둔 ‘다 가진 인물’이다. 김진욱의 첫인상도 그리 보이지만 그는 “제 삶에서 쉽게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며 샘과는 많이 다르다고 했다. 2012년 연습생부터 시작해 3년 만에 겨우 가수(그룹 하트비)가 됐는데 잘 안 풀렸다. 친구들은 벌써 취업하는데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으니 막막할 뿐이었다. 유튜브에 커버 영상도 올리고 프로듀싱·작곡도 배우며 어떻게든 음악을 해 보려 했다. 생활비는 새벽 6시마다 건설현장에 나가 일하거나 에어컨 설치 작업을 도우며 벌었다.
뮤지컬 ‘고스트’에서 주원, 김우형과 함께 샘 위트를 연기하게 된 김진욱.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김진욱은 “사실 이제부터가 더 두렵고 어렵다”고 말했다. 두 달째 모든 일상을 작품 준비로 채우며 연습을 할 때마다 땀을 한 바가지씩 쏟는 이유다. 몸을 더 키우라는 해외 연출의 당부에 몸무게도 10㎏도 늘리며 샘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연출님이 ‘좀더 당당하게 연기해도 된다’고 해 주시는데, 겸손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것도 없던 저를 믿고 뽑아 주셨으니 기대에 부응해야죠.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고 작품을 함께하는 많은 분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겸손하게 조곤조곤 말하면서도 “열심히 할 테니 잘 봐 달라”며 웃어 보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