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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내용은 삭제” 논란 일본어판 위키피디아…이유는?

“나쁜 내용은 삭제” 논란 일본어판 위키피디아…이유는?

김태균 기자
입력 2020-09-28 11:55
업데이트 2020-09-2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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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의 이즈카 고조 옛 일본 통산성 공업기술원 전 원장 항목. 내년 3월 7일까지 내용의 수정이나 삭제가 안되도록 보호 조치가 이뤄진다고 나와 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의 이즈카 고조 옛 일본 통산성 공업기술원 전 원장 항목. 내년 3월 7일까지 내용의 수정이나 삭제가 안되도록 보호 조치가 이뤄진다고 나와 있다.
전세계 언어로 누구나 편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오픈형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널리 애용되고 있지만, 편집이 자유롭다 보니 특정 이해관계나 가치관에 따라 일부 항목의 내용이 수정되고 삭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그 중에서도 내용 삭제의 빈도가 높기로 유명한 일본어판 위키피디아에서 힌 저명인사 항목의 일부 서술 삭제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위키피디아내 이즈카 고조(89) 옛 통산성 공업기술원 전 원장에 대한 일부 서술의 삭제가 많은 사람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이즈카 전 원장은 지난해 4월 이케부쿠로에서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켜 30대 여성과 세살 난 딸을 숨지게 하는 등 12명의 사상자를 냈다.

문제가 된 것은 이달 들어 이즈카 전 원장에 대한 위키피디아 서술에서 지난해 교통사고에 대한 부분이 삭제되고 수정이나 내용 추가도 불가능한 상태로 전환된 사실이다.

이미 지난해 일본에서는 끔찍한 사고를 낸 이즈카 전 원장을 경찰이 체포하지 않는 데 대해 ‘상급국민’ 등 전직 고관에 대한 특별대우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위키피디아에 공학자로서의 공적만 남자 트위터 등에는 “이것이 상급국민의 힘인가“, “위키피디아에 얼마나 기부했나” 등 비난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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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사고 조사중인 경찰
고령자 사고 조사중인 경찰 19일 일본 도쿄 히가시 이케부쿠로에서 발생한 88세 승용차 운전자의 연쇄 충돌 사망 사고로 뒤집혀져 있는 차량을 경찰청 교통조사반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피해자들의 소지품과 자전거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도쿄 로이터 연합뉴스
위키피디아의 특정 항목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노트’ 페이지에는 “사고는 공공이해에 관한 사실로 공적인 것이지 사생활의 영역이 아니다”, “플러스인 공적만 나열하고 마이너스인 교통사고 부분을 모두 삭제하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친 처사 아닌가” 등 의견이 올라와 있다. 물론 해당 인물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교통사고 사실 삭제가 맞다는 의견도 제시돼 있다.

위키피디아 운영진은 특정 내용의 삭제냐 보호냐를 놓고 의견이 맞서는 경우 위키피디아의 상위 편집 권한을 부여받은 ‘관리자’들이 이용자 의견을 검토해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이즈카 전 원장의 경우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운영지침에 따라 삭제가 결정됐다. 위키피디아에서 범죄 경력은 기본적으로 삭제 대상이다.

위키피디아의 많은 항목을 작성하고 있는 기타무라 사에 무사시대 준교수는 “일본어판은 영어판 등에 비해서 프라이버시 보호의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며 “이번 경우도 통상적인 판단 범위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일본어판 위키피디아에서는 사고전력이 기재되지 않는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위키피디아를 지원하는 조직이 없어 명예훼손 등에 따른 손해배상소송 위험성을 다른 지역보다 크게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즈카 전 원장 항목에 대해 보호조치를 결정한 관리자 S씨는 아사히의 취재에 “사고에 관한 항목이 수정되거나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 기재되는 등 분란이 일어나는 상태가 됐기 때문”이라고 삭제 이유를 말했다. 그는 “유사한 상황이라면 어떤 주제의 글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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