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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의 감염병 이야기] 코로나19 속 추석 잘 맞이하려면

[이재갑의 감염병 이야기] 코로나19 속 추석 잘 맞이하려면

입력 2020-09-21 20:32
업데이트 2020-09-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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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우리에게 추석은 온가족이 함께 모이는 화목한 명절이었다. 요즘은 ‘올해 보지 말고 오래 보자’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명절을 이렇게 보내게 된 게 정말 안타깝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코로나19 방역,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것 같다.

우리가 겪었던 연휴와 코로나19의 유행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중국에선 올해 초 설 연휴에 해당하는 춘제가 우한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을 촉발했다. 공교롭게도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1차 대유행 역시 설 연휴 직후 시작됐다. 4월 말 부처님오신날부터 어린이날까지 이어졌던 연휴 역시 연휴 직전에는 지역사회 감염자가 10명 미만, 심지어 0명을 기록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연휴가 끝난 뒤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집단 발병이 7월 말까지 이어졌다.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연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2차 대유행을 불러 왔다. 사랑제일교회에서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8월 12일 이전 일주일 동안 지역사회 감염자는 평균 30명 이내였다. 그럼에도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집회를 촉매제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5월과 8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지역사회에 드러나지 않은 감염자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존재할 때는 대규모 인구이동이 언제라도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추석까지 일주일가량 남았다. 2차 대유행의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신규 확진자 규모를 두 자리로 유지하기도 어렵고 한 자리는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이번 추석은 지역사회 감염이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맞게 되는 첫 연휴가 될 게 확실해 보인다. 게다가 보통 추석을 전후로 한 귀성 행렬은 민족대이동이란 말이 나오는 수준이라 5월이나 8월 연휴와는 비교 자체가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추석을 준비해야 할까. 어쩌면 이번 주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장 철저히 해야 할 시점이다. 당연히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는 더욱 신경 써서 해야 한다. 추석 연휴 이전까지 회식을 줄이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추석 뒤로 미루는 게 좋겠다. 차 한 잔은 카페에서 산 뒤 근처 공원이나 의자에 앉아서 즐기자.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원들은 집에서 일하도록 해 줘야 한다. 회의는 되도록 비대면으로 전환하고, 그게 어렵다면 추석 이후로 미루자.

추석에 고향에 가기 위해 예매해 놓은 기차나 고속버스는 되도록 취소하는 걸 권하고 싶다. 고향에 가게 된다면 휴게소에는 가능하면 짧게 머무는 게 좋다. 여행을 위해 예약해 둔 숙소도 정말 가족과 친구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다음으로 미루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추석이 끝난 뒤 이만 하면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통스러운 가을과 겨울의 코로나19 유행의 전조가 추석 때 시작되지 않기를 정말 바라고 바랄 뿐이다.
2020-09-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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