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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월초 발언을 왜 이제야? 왜 9시간 분량 인터뷰에 녹음까지 허용?

트럼프 2월초 발언을 왜 이제야? 왜 9시간 분량 인터뷰에 녹음까지 허용?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11 07:11
업데이트 2020-09-1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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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치명적인 위험을 알고 있었으면서 이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폭로를 담은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의 표지 사진.  사이먼 앤 슈스터 제공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치명적인 위험을 알고 있었으면서 이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폭로를 담은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의 표지 사진.
 사이먼 앤 슈스터 제공 EPA 연합뉴스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출간되는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는 내용와 별개로 두 가지 궁금증이 있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확산 초기부터 인지했으나 파장을 축소해왔다는 사실을 왜 이제야 우드워드 기자가 공개했느냐는 점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좋지 않게 책을 낸 적이 있는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다 녹음까지 허용해 부메랑을 자초했을까 하는 점이다.

먼저 2월부터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해놓고 왜 이제 와서 폭로해 결과적으로 신간을 출간하는 9월까지 묻어뒀다는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점을 공격하고 나섰다.

우드워드는 15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된 ‘격노’ 출간에 앞서 9일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에 주요 내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초 이미 코로나19가 독감보다 치명적이라고 판단했고 파장을 축소해왔다는 것을 본인 입으로 털어놓았다. 우드워드는 인터뷰 녹음 파일까지 CNN에 제공, 시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육성으로 해당 발언을 듣도록 했다.

그런데 책을 출간하는 시점까지 묵혀뒀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우드워드가 당시 이 발언을 공개했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불러일으켜 사망·확진자를 줄일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현직 기자인 스콧 노버는 트위터에 “2∼3월의 인터뷰를 왜 책이 출간되는 9월에 알아야 하는가“라며 “정말 문제가 있다. 기자로서 우리는 공익에 복무하게 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템플대학 저널리즘스쿨 학장 데이비드 보드먼도 트위터에 “기자들이 중요한 뉴스를 책에 쓰려고 묵혀 두면서 최근 이런 문제가 자주 제기된다”면서 “오늘날 생사가 걸린 상황에 이런 관행은 여전히 윤리적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WP는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확인하는 데 몇 달이 걸렸다고 전했다. 5월이 돼서야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정보 브리핑을 토대로 해당 발언을 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우드워드는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 있어 늘 문제가 되는 것인데, (해당 발언들이) 사실인지 알지 못했다”고도 했다.

책을 출간할 때까지 인터뷰를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백악관과의 합의는 별도로 없었다고 한다. 책을 쓰려고 한 인터뷰지만 우드워드가 마음만 먹으면 더 일찍 보도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대목을 파고들었다. 그는 이날 “우드워드는 내 발언들을 몇 달이나 갖고 있었다. 그 발언이 그렇게 나쁘거나 위험했다면 왜 인명을 구하기 위해 즉시 보도하지 않았나?”라고 역공을 폈다. 이어 “그럴 의무가 있었나? 아니다. 그는 좋고 적절한 답변이라는 걸 알았던 것이다. 침착하라,패닉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치명적인 위험을 알고도 이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책 ‘격노’를 집필한 밥 우드워드가 워싱턴 포스트 부편집인으로 일하던 2017년 1월 3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 도착해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AP 통신은 이 사진을 쓰면서 우드워드에게 왜 이제 와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냐고 질문했는데,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사적 대화가 진실로 판명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치명적인 위험을 알고도 이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책 ‘격노’를 집필한 밥 우드워드가 워싱턴 포스트 부편집인으로 일하던 2017년 1월 3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 도착해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AP 통신은 이 사진을 쓰면서 우드워드에게 왜 이제 와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냐고 질문했는데,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사적 대화가 진실로 판명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두 번째 궁금증에 대해 CNN은 “트럼프의 정신과 미국 정치에서 우드워드의 독특한 역할을 이해함으로써만 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막말을 퍼붓지만 언론에 자신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그만큼 면밀히 챙기고 따라 가는 대통령은 없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인쇄신문뿐 아니라 케이블뉴스의 열렬한 소비자”라며 “케이블TV는 오랫동안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였고, 대통령 당선 이후 그의 행동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인식에 대한 강박관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직 중 자신의 유산을 공고히 할 방법을 찾도록 자연스레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드워드의 위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드워드는 말년에 거의 독점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삶을 책으로 쓰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관해 네 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관련 두 권에다 2018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책 ‘공포’를 내놓았다. CNN은 “우드워드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 분야 언론인”이라며 “그가 누군가에게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쓰고 싶어한다고 말하면 심지어 그가 억만장자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우쭐해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드워드에 협조해온 모든 대통령은 그들이 믿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순간적으로만 인식되는 게 아닌 기억되는 법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다룬다는 매력에 이끌려왔다”고 했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다룬 첫 책 ‘공포’에 관여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스러워했던 점도 이번 인터뷰를 허용한 이유로 꼽힌다. 자신이 직접 설명했다면 좋지 않은 내용이 없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참모들은 모두 우드워드와의 인터뷰를 말렸지만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특별보좌관이 장인 편을 들어 인터뷰가 성사됐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CNN은 치적에 영향을 줄 모든 것을 한다는 점과 자신의 설득 능력을 과신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한 뒤 우드워드가 이 둘을 모두 잘라내 버렸다고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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