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앞두고 ‘극단적 제재’ 양상
화웨이 로고. 서울신문 DB
임시면허 연장 불허… 반도체 조달 막혀
美 “CIA 前요원 中에 기밀 넘기다 체포”
2018년 3월 무역전쟁으로 불거진 미중 갈등이 ‘신냉전’으로 격화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번에는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끝장내고자 제재를 극단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사실상 화웨이가 전 세계 모든 반도체 업체와 거래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미 법무부는 “홍콩 출신 전직 미 정보요원이 돈을 받고 중국에 기밀을 전달하다가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폐쇄된 휴스턴 총영사관 직원 귀환… 왕이 외교부장 공항서 직접 맞아
왕이(왼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7일 밤 전세기를 타고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미 텍사스 휴스턴 소재 중국 총영사관 직원들(오른쪽)에게 환영사를 하고 있다. 왕 국무위원은 “미국 내 반중 세력이 중미 관계를 훼손하고 중국의 발전을 방해하려 한다”며 “그럼에도 중미 관계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어떤 세력도 우리 민족의 부흥을 막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베이징 신화 연합뉴스
베이징 신화 연합뉴스
상무부는 “미국 내 화웨이 관련 업체에 발급한 임시 면허도 연장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동안 화웨이와 거래하려는 자국 기업들은 기한이 정해진 특별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이마저도 막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우리를 염탐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들을 퇴출시킨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미국인 개인정보를 중국 공산당에게 빼돌린다”며 퀄컴 등 자국 반도체 회사들이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그러자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반도체를 독자 설계하게 해 이를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에서 생산하는 식으로 ‘우회로’를 찾았다. 이에 미 정부는 올해 5월 추가 제재를 통해 TSMC 위탁생산마저 차단했다. 화웨이는 이에 굴하지 않고 중저가용 반도체 업체인 대만 ‘미디어텍’에서 칩을 사들이며 ‘숨바꼭질’을 이어 갔다. 결국 상무부는 제재 범위를 더욱 넓혀 미디어텍 거래까지 끊어 버렸다. 미국의 기술 없이는 어느 업체도 반도체를 만들어 팔 수 없는 현 상황을 활용한 조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제재는 화웨이의 5세대(5G) 네트워크 사업과 스마트폰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화웨이가 비축해 놓은 핵심 반도체 칩도 내년 초면 바닥이 난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가 비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돼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드는 메모리 반도체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날 미 법무부도 “홍콩 출신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육칭마(67)가 10년 넘게 미국에 사는 친척과 공모해 중국에 기밀 문건을 제공하다가 지난 14일 긴급체포됐다”고 밝혔다. 마씨는 2001년부터 CIA 통신망 게시글과 내부 작전 상황을 건당 5만 달러(약 5900만원)에 중국 측에 팔아 온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오랫동안 스파이 활동을 한 마씨가 이런 민감한 시기에 체포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0-08-19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