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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후원금 88억, 시설에 달랑 2억 갔다…할머니 학대마저

나눔의집 후원금 88억, 시설에 달랑 2억 갔다…할머니 학대마저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8-11 11:31
업데이트 2020-08-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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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갖다버린다” “혼나 봐야 한다” 할머니들에 정서 학대 정황

경기도 민관합동조사 결과 발표
“후원금 모집, 법인·시설 운영 문제 많아”
현재 할머니 5명 생활 중…평균 연령 9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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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운용 문제 논란 이어지는 ‘나눔의 집’
후원금 운용 문제 논란 이어지는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의 후원금 운용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며 법인 측이 내부 고발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내부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5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2020.5.25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힘겨웠던 삶에 보탬이 되어달라고 국민들이 보낸 후원금 88억원 가운데 단 2억원만이 할머니들의 지원을 위한 나눔의집(경기 광주시)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후원금 유용 의혹이 제기된 나눔의 집은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한 뒤 상당 금액을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용하지 않고 땅을 사는 데 쓰거나 건물을 짓는 등 부동산에 투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할머니들에게 “갖다 버린다” “혼나 봐야 한다” 등 막말과 정서 학대까지 일삼은 정황까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5년간 88억 후원금 모집…
액수·사용내역 제대로 공개 안해”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러한 내용을 담은 나눔의 집 민관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송 단장은 “나눔의 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머니들 후원금 홍보를 하고 여러 기관에도 후원 요청 공문을 발송해 지난 5년간 약 88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했다”면서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아 후원금 액수와 사용 내용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등록청의 업무 검사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 금품을 모집하려는 사람은 등록청(10억원 초과인 경우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국민들이 후원한 돈은 나눔의 집 시설이 아니라 운영법인 계좌에 입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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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커져가는 의혹’
나눔의 집 ‘커져가는 의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운영 법인이 후원금 비리 의혹을 제기한 내부 고발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려한다는 주장이 나와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25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 2020.5.25/뉴스1
전체 후원액 중 나눔의집에 2%만 전달
그마저도 할머니 직접 경비로 사용 안해

이렇게 모인 후원금 88억여원 중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 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시설 전출금)은 2.3%인 2억원에 불과했는데 이마저도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가 아닌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운영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사용한 후원금은 26억여원으로 파악됐다.

재산조성비는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으로 쓰였다.

나머지 후원금은 이사회 회의록 및 예산서 등을 살펴봤을 때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해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민관합동조사단은 설명했다.

이사 후보자, ‘셀프’ 이사 선임 후 의결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부당행위도 발견됐다.

나눔의 집은 법인 정관상 이사의 제척제도를 두고 있는데도 이사 후보자가 자신을 이사로 선임하는 과정에 참여해 이사로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3명이 자신들의 이사 선임에 관한 안건 의결에 참여했는데 이들을 제외하면 개의정족수가 미달하는데도 회의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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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내부 갈등 심화
‘나눔의 집’ 내부 갈등 심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의 후원금 운용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며 법인 측이 내부 고발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내부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5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 추모공원 벽면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들이 붙어 있다. 2020.5.25 연합뉴스
“혼날래” 할머니에 언어폭력 정황
의사소통 어려운 중증 할머니에 집중

국가지정 역사기록물·국민 응원편지 방치
간병인, 조사단-할머니 면담 불법 녹음


할머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 정황도 발견됐다.

간병인은 “할머니, 갖다 버린다”, “혼나봐야 한다” 등 언어폭력을 가했고, 특히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에게 집중됐다고 송 단장은 설명했다.

할머니들의 생활과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 방치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입·퇴소자 명단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할머니들의 그림과 사진, 국민들의 응원 편지 등을 포댓자루나 비닐에 넣어 건물 베란다에 방치했다.

이 중에는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도 있었다. 제1역사관에 전시 중인 원본 기록물은 습도 조절이 되지 않아 훼손되고 있었고, 제2역사관은 부실한 바닥공사로 바닥 면이 들고 일어나 안전이 우려되는 상태였다.

법인직원인 간병인이 조사단과 할머니의 면담 과정을 불법 녹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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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에 이어 나눔의 집 역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쓰여야 할 후원금을 유용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주위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0.5.26 뉴스1
정의기억연대에 이어 나눔의 집 역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쓰여야 할 후원금을 유용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주위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0.5.26 뉴스1
경기도 “경찰에 수사 의뢰 검토”
경기도는 추후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 결과를 받아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할 예정이다.

송 단장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나눔의집과 불교계가 나서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했다”면서 “그러나 법인과 시설 운영에서 문제가 드러난 만큼 전문가와 시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경기도와 광주시는 그 정상화 방안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달 6일부터 22일까지 행정과 시설 운영, 회계, 인권, 역사적 가치 등 4개 반으로 나눠 나눔의 집 운영법인과 나눔의 집 시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및 국제평화인권센터 등에 대해 조사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영선 변호사(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정희시 경기도의회 의원, 이병우 경기도 복지국장을 공동단장으로 경기도와 광주시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1992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는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5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95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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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공익제보자 몰아내기 의혹’
나눔의 집 ‘공익제보자 몰아내기 의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운영 법인이 후원금 비리 의혹을 제기한 내부 고발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려한다는 주장이 나와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25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 2020.5.25/뉴스1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시설 ‘나눔의 집’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시설 ‘나눔의 집’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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