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4100여명 사상
검은 연기 이웃나라 시리아까지 퍼지고 240㎞ 떨어진 지역서도 폭발음 들려“거대한 폭발음 탓에 청력 잃을 정도…버섯 구름 몰려와 비명 지르며 도망”
밤새 SNS에 실종자 찾고 헌혈 메시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4일(현지시간) 대형 폭발 참사가 일어난 후 현장에서 구급대원과 시민들이 부상자를 들것에 실어 이송하고 있다.
베이루트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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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폭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레바논에서 약 240㎞ 떨어진 키프로스에서도 폭발 소리가 들릴 정도였고, 사고 현장에서 7.3㎞ 떨어진 주레바논 한국대사관의 건물 유리 2장이 파손되기도 했다. 도시 상공에는 원자폭탄이 터진 것을 연상하게 하는 거대한 버섯구름이 형성됐고, 검은 연기는 인접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번졌다. 한 목격자는 BBC에 “거대한 폭발음에 몇 초간 청력을 잃을 정도였다”면서 “주변의 건물과 자동차, 상점들이 모두 파괴됐다”고 전했다. CNN 베이루트 지국의 벤 웨드먼은 “처음엔 지진이 난 줄 알았다”면서 “잠시 뒤 사무실 유리가 부서지고, 창문 밖에는 거대한 구름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4일(현지시간) 대형 폭발로 형성된 하얀 먼지구름 같은 충격파가 도시 주변 일대를 덮치는 모습을 찍은 소셜미디어서비스의 동영상 캡쳐 사진.
베이루트 로이터 연합뉴스
베이루트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로 고군분투 중이던 베이루트 시내 병원엔 밤새 부상자가 몰려들어 아비규환 상황을 연출했다. 사방이 피투성이가 된 현장에서 이송된 부상자들로 응급실이 가득찼고, 의료진은 복도나 주차장에서까지 환자들을 치료해야 했다. SNS에는 실종자를 찾고, 헌혈을 요청하는 메시지가 쇄도했다.
하지만 레바논에서 폭발 공격 테러가 최근 15년간 13건이나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 역시 외부세력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탄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대형참사로 국가부채와 높은 실업률 등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레바논의 위기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은 이미 경제위기에 따른 민심이반으로 수개월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AP는 레바논에 수입된 곡물 85%가 저장돼 있던 사일로(곡식 저장소)가 이번 폭발로 파괴됐다며 식량 대부분을 수입하는 레바논이 식량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한편 이번 사고에 따른 한국인 인명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5일 “주레바논 대사관은 사고 직후 현지 재외국민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우리 국민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접수된 인명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20-08-06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