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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국민은 피로하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국민은 피로하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김성수 기자
입력 2020-07-30 20:26
업데이트 2020-07-31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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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8월 17일은 임시공휴일이다. 지난주 초 국무회의에서 결정됐다. 8월 15일(광복절)→16일(일요일)→17일(임시공휴일)까지 연달아 사흘을 논다. “코로나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께 짧지만 귀중한 휴식의 시간을 드리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논다는데 그것도 사흘씩이나 내리 쉰다는데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데 마냥 박수를 치고 좋아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편히 쉬기에는 하루하루 답답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끝 모를 경기 불황은 이미 만성이 됐다. 여기다 정부의 어설픈 국정 운영으로 국민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흘 쉰다고 해결될 수가 없는 일들이다.

갈팡질팡하는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도 청와대, 기재부, 국토부는 서로 말이 달랐다. 국민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당혹스러운 가운데 논란은 보름 넘게 이어졌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그제서야 교통정리가 됐다. 이러니 다섯 번째인지 스물두 번째인지 모르지만 여태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번번이 실패했다. 애초에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세금만 세게 때리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오판한 게 이런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시장은 정부가 의도한 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뛰면서 수요자 모두에게 불만을 샀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나 한 채 갖고 있는 사람,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 모두 입만 열면 정부를 성토하는 지경이 됐다.

급기야는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촛불집회까지 등장했다. “이게 나라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나라가 니 거냐”는 날 선 구호까지 난무한다. “이제 집값을 잡는 건 기대도 하지 않으니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과거 정권에서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집값을 못 잡는다는 거듭된 변명도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 정책 당국이 의도한 대로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건 주택정책 주무 장관이 “(문정부 들어) 집값이 11% 올랐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많은 통계 중에 정부에 가장 유리한 걸 끌어다 붙였지만 국민 체감 지수와는 너무 차이가 난다. 집값이 11% 오른 정도라면 굳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청와대로 국토부 장관을 불러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지시를 했을까.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행정수도 이전 주장도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시점이 잘못됐다. 정부ㆍ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지금이 아니라 임기 초부터 진작 논의했어야 할 일이다. 청와대를 광화문으로 옮기는 공약도 지키지 못했는데 수도 이전이 말처럼 쉽게 될 것이라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다.

집권 4년차에 자꾸 새로운 무엇을 하겠다고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는 것도 비정상이다. 남은 1년 10개월 동안 이것저것 다 하겠다는 집착은 버리고 할 수 있는 것만 확실하게 매조지해야 할 때다. 집무실에 상황판을 내걸 만큼 애정을 가졌던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다. 다만 거창한 목표는 버리고 내실을 기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을 슬그머니 접고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한국형 뉴딜 정책을 발표했지만 임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단기형 알바 일자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임기 안에 실질적으로 구직자에게 도움이 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한 개라도 더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부터 풀어서 기업의 투자 의욕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경제민주화, 권력기관 개혁 등을 약속했지만 적폐청산이 거의 유일한 성과로 꼽힌다. 한때 적폐청산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정치검사’로 몰려 있는 한 검사는 최근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권력의 비정한 속성을 보여 준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이혁진씨 사건 등 권력비리 의혹과 관련된 사건은 임기 전에 윤곽이라도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매번 정권이 끝나고 나서야 현재 권력이 과거 권력을 소환해 처벌하는 걸 목도하는 건 국민들에게도 너무나 곤혹스러운 일이다.

sskim@seoul.co.kr
2020-07-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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