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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장어·쫀존한 낙지… 산골에 숨은 팔도 보양식

쫄깃한 장어·쫀존한 낙지… 산골에 숨은 팔도 보양식

남상인 기자
입력 2020-07-05 18:06
업데이트 2020-07-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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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삼막마을 먹거리촌의 비경

경기 안양과 서울 지역 경계를 이루는 삼성(481m), 호암(393m) 두 산자락 사이에 있는 안양시 석수동 ‘삼막마을 먹거리촌’.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최우수 외식업지구다. 한때 안양 북부 변두리 오지로 외면받던 삼막마을은 두 지역을 오갈 수 있는 터널이 뚫리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삼막천을 따라 하나둘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맛과 풍미를 사방으로 뽐내는 먹거리촌이 형성됐다. 명찰 삼막사가 굽어보는 삼막마을은 수려한 풍광뿐만 아니라 전통과 역사, 설화가 어우러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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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상징 고단백 민물장어.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힘의 상징 고단백 민물장어.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신라시대 원효, 의상, 윤필 등 세 대사가 막을 치고 수도했다는 삼막마을은 역사와 문화, 민속, 설화 등 다양한 스토리를 간직한 곳이다. 마을 수호신인 500여년 된 할아버지 느티나무와 곁에서 마을을 함께 지키다 홍수로 떠내려간 그곳에 고사목이 돼 세워진 할머니 향나무. 두 나무는 한 쌍을 이뤄 신령스런 당나무가 돼 삼막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 준다는 설화가 내려온다. 낮엔 해와 구름을 담고 밤이 되면 달과 별이 머물다 가는 ‘지혜의 우물’, 장수의 상징인 거북 귀(龜) 자 3개가 각기 다른 형태로 음각된 100여년 된 글자 등도 있다. 삼층석탑, 마애삼존불, 남녀근석 등 많은 유적이 산재한 삼막사, 바로 옆 안양예술공원까지 다양한 볼거리와 얘깃거리가 있는 곳이 삼막마을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속담처럼 삼막마을 먹거리촌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힘의 상징 장어와 칼슘이 풍부한 미꾸라지, 국민이 사랑하는 숯불갈비, 건강식 쌈밥과 두부요리, 여름철에 제격인 보리밥과 상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맛과 향, 영양이 먹거리촌에 있다. 달달한 맛의 팥칼국수와 쫄깃함을 더한 수타면, 직접 뽑아낸 냉면 등 지역은 좁지만 먹고 싶은 온갖 음식이 듬뿍 모여 있는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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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최고의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보리밥(왼쪽). 여름철 최고의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상추.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여름철 최고의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보리밥(왼쪽). 여름철 최고의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상추.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거친 보리밥·쌉쌀한 상추쌈, 여름철 최고

기름진 음식에 영양이 과도한 도시인에게 보리밥과 된장찌개는 무더운 여름철 최고 음식이다. 삼막마을 대표 음식점 중 하나인 ‘친정집’ 보리비빔밥은 거칠고 섬유질이 풍부한 보리밥에 고사리, 도라지, 표고 등 여덟 가지 색색의 나물이 어우러진 건강식이다. 여기에 친정인 충남 청양에서 짜 온 고소한 참기름 한 방울이면 맛과 향은 극대화된다. 역시 청양에서 수확한 콩으로 만든 청국장과 매일 담그는 열무김치도 일미다. 각종 채소의 풋풋함과 상추의 쌉싸래한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쌈밥집 ‘쌈도둑’은 청상추와 노란 배춧속, 치커리, 적근대 등 다양한 채소를 텃밭에서 따다 먹듯 무한정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채소의 부족함은 우엉불고기와 제육볶음, 고등어구이가 채워 준다. 고급스런 느낌의 쌈밥집답게 더덕구이, 흑임자연근무침, 가지조림 등 다양한 기본 반찬도 수준이 높다는 평을 듣는다.
여름철 원기 회복에 좋은 낙지 서울신문 DB
여름철 원기 회복에 좋은 낙지
서울신문 DB
●낙지, 무더위 원기 회복에 ‘딱’

18가지 낙지 요리의 참맛을 느껴 볼 수 있는 ‘낙지섬’은 입소문 난 곳이다. 제주 황게와 영광굴비, 낙지볶음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낙지정식이 대표음식이다. 굴비는 전라도 영광에 내려가 선별해 온 것을 상에 올린다. 양배추와 고춧가루로 볶아낸 낙지는 매콤한 단맛에 불향까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소고기와 산낙지의 쫄깃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소고기낙지탕탕이’는 미식가의 침샘을 자극한다. 낙지물회. 호롱구이, 낙지철판 등 낙지의 모든 게 있다.

●힘의 상징 장어, 칼슘 많은 고단백 미꾸라지

전라도 영광에서 매일 공급되는 민물장어를 맛볼 수 있는 ‘장어 1번가’도 인기다. 육질이 쫄깃하고 두툼해 식감과 맛이 뛰어나다. 장어는 남성에게 특히 좋지만 갱년기에 필요한 ‘뮤신’이 풍부해 중년 여성에게도 권할 만한 음식이다. 전라도 남원식인 ‘추오정’ 추어탕은 무안 청정 시래기에 남원산 된장을 넣어 푹 끓여낸 보양식이다. 전남 영광과 충남 부여산 미꾸라지를 쓴다. 여기에 항산화 성분인 ‘쿠르쿠민’이 많이 든 강황을 넣어 지은 노란 색깔의 밥은 건강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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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수호신인 500여년 된 할아버지 느티나무. 할머니 나무와 함께 삼막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신령스런 당나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마을 수호신인 500여년 된 할아버지 느티나무. 할머니 나무와 함께 삼막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신령스런 당나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한우·돼지갈비·옻닭, 빠뜨릴 수 없는 보신

정육식당 ‘함평한우’는 육즙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뛰어난 최고급 함평 한우를 쓴다. 부위별로 1+ 이상 등급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40년 넘게 고기를 다룬 실장 김모(66)씨는 “최고 품질의 신선한 한우만을 엄선해 부위별로 제공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돼지갈비 또한 삼막마을 먹거리촌에서 빼놓을 수 없다. ‘두근두근’은 남원산 흑돼지 버크셔를 사용한다. 다른 돼지보다 근섬유가 가늘고 촘촘해 육질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원주옻닭’은 강원 원주 치악산에서 채취한 옻과 시흥 목감 들녘에서 자란 토종닭을 가마솥에 넣고 푹 끓여낸 백숙으로 이곳만의 대표 보양식이다.

●호남 옛맛 팥칼국수·차돌박이 짬뽕 인기

전라도식 옛맛을 파는 팥칼국수집도 인기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새알을 넣어 먹는 동지팥죽과 달리 전라도에선 팥칼국수를 팥죽이라 부른다. 여름 음식이며 설탕을 넣어 즐긴다. 전라도식 손팥칼국수를 비롯해 팥 새알죽, 수제비를 맛볼 수 있다. 수타짜장면과 찹쌀탕수육이 인기인 중화요리 전문점 ‘원차우’는 차돌박이 짬뽕이 대표음식이다. 사골국물이 아닌 엄나무와 꾸지뽕 등 20가지 재료로 우려낸 깊은맛의 육수를 사용한다. 블루베리를 직접 갈아 조리한 크림새우 또한 일품이다.

산행 후 시원한 생맥주를 맛볼 수 있는 퓨전 음식점 ‘벅스’는 갖은 채소와 멸치를 넣어 우려낸 육수로 만든 해물모둠어묵탕을 자랑한다. 홍합, 새우, 꽃게, 동죽 등 각종 해물과 우동을 넣어 끓여낸다. 살을 발라 튀겨 고추장 양념을 한 코다리 강정과 여름철 시원한 냉채족발 또한 일품이다. 철저한 노줄 관리로 신선한 맛이 그대로 전달되는 시원한 생맥주 한잔에 맛있는 안주 하나면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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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호암산이 외호하듯 감싸고 있는 삼막마을 먹거리촌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삼막천과 삼막로를 중심으로 40여 맛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안양시 제공
삼성, 호암산이 외호하듯 감싸고 있는 삼막마을 먹거리촌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삼막천과 삼막로를 중심으로 40여 맛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안양시 제공
이 외에도 수많은 맛집이 숨어 있는 삼막마을 먹거리촌은 정신없이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이나마 호사스런 여유와 마음의 안정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경부선 관악역에서 걸어 10여분 거리로 2000년 말 호암 1, 2터널이 뚫리며 서울 금천, 관악구에서도 승용차로 10분이면 오갈 수 있다. 최근 제2경인고속도로 삼막나들목이 개통돼 시흥, 광명, 안산, 수원, 용인까지 접근성이 더욱 확장됐다.

주말 식후에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삼막사까지 속세를 떠나 호젓한 산행에 나서 보는 것도 좋음 직하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2020-07-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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