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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협상할까, 바이든을 기다릴까… 세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트럼프와 협상할까, 바이든을 기다릴까… 세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6-24 17:23
업데이트 2020-06-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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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월 20일 제45대 대통령 취임 행사장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경쟁자로 다시 만난다.  AP 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월 20일 제45대 대통령 취임 행사장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경쟁자로 다시 만난다. AP 자료 사진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 세계의 행보가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면 펼쳐질 수 있는 더욱 강경한 협상을 피하기 위해 지금 거래를 마무리해야 할까, 아니면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기다려야 할까’를 두고 미국의 동맹국들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딜레마는 트럼프가 지난 5일에 이란이 미국 인질 석방을 축하하는 트윗을 날리면서 스스로 키운 측면이 있다. 트럼프는 트윗에서 “미 대선 후까지 협상을 기다리지 마라”며 “나는 이긴다. 여러분은 지금 협상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자신들이 레임덕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것에 민감해한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특히 미국과 신냉전에 들어간 중국이 빠르게 계산에 들어갔다. 중국은 지켜보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가 동맹 국가들에 끼친 피해 때문에 트럼프 2기에서는 중국의 이해가 심대하게 손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 대선 결과가 미중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동맹을 파괴하는 트럼프보다는 동맹과 협력하는 바이든이 중국엔 더 위험하다”며 트럼프 재임을 희망했다.
전세계를 향해 미국 대선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라고 촉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5일 트윗.
전세계를 향해 미국 대선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라고 촉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5일 트윗.
바이든은 당선되면 트럼프가 취한 정책을 원상 회복시키겠다고 장담했다. 바이든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미국의 모든 관세와 제재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이 핵협정 준수 의무를 다시 지키면 미국은 핵합의에 돌아갔다고는 공약도 내걸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자금 지원을 끊으면서 중국에 경사된 편견을 고치고, 투명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혁하라고 주문했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WHO는 훨씬 더 고통스러운 양보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WHO는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백악관을 한번 찔러봤다가 쓴 맛을 맛봤다. 트럼프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을 거부하자 며칠 만에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의 4분의 1이 감축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메르켈은 오는 7월에 워싱턴 DC 외곽에서 직접 만나자는 트럼프의 제안에 대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면 접촉은 너무 이르다며 퇴짜를 놓았고, 트럼프는 독일이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충족하지 못한다며 주독 미군 감축으로 대응한 것이다.

당분간 각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입장을 완화할 경우를 대비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유럽 몇몇 국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보복 위협에도 기술기업에 디지털세 부과 움직임을 보이고, 한국은 미국의 대폭적인 방위비 인상 요구에 합의하지 않고 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전략연구소(IISS) 존 칩맨 소장은 “유럽과 아시아는 코로나19를 핑계로 ‘통상적인 업무를 보기에는 너무 어렵다’며 정지 버튼을 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대유행은 10월 이전에 종식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시간대가 미국 대선에 딱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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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시에서 코로나19 이후 3개월 만에 개최한 선거 유세에는 청중이 가득할 것이라는 호언장담과는 달리 빈 자리가 많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털사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시에서 코로나19 이후 3개월 만에 개최한 선거 유세에는 청중이 가득할 것이라는 호언장담과는 달리 빈 자리가 많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털사 AP 연합뉴스
미국 내의 코로나19 대응 및 인종차별 항의 시위도 외국에겐 기다리라는 신호를 주고 있다. 칩맨 소장은 “미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 탓에 외국 자본이 트럼프 시절 더 투자하는 문제에 대해 의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재선을 위해 외국에 혜택을 요구한 것은 더는 비밀이 아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쓴 ‘그것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선에 승리할 수 있도록 농산물을 더 사달라고 부탁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트럼프는 이를 부인한다.

서방 정부들은 트럼프가 가치를 공유한 동맹보다 거래를 좋아하는 스타일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예컨대 G7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한 것을 두고 영국과 캐나다는 불만을 터트렸다. 극단적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와 싸우는 동맹군의 전 미국 특별대표인 브렛 맥거크는 “트럼프 하에서 악수(동맹)의 가치가 반감됐고, 우리의 가치는 너절해졌다”며 “러시아나 중국이 결코 상대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무형 자산인 소프트파워가 고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세계, 특히 서방은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에 베팅했다가 상당한 대가를 치렀다.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미국의 커다란 정책 변화에 대해 동맹들은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미국에 덜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화국의 방패, 트럼프와 미국 동맹의 위험’을 쓴 미라 래프 호퍼는 “외교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맹들에겐 미국이 없는 외교정책이 훨씬 더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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