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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금지에도… 홍콩 시민들 ‘톈안먼 촛불’ 들었다

집회 금지에도… 홍콩 시민들 ‘톈안먼 촛불’ 들었다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0-06-04 23:02
업데이트 2020-06-0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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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공원서 ‘톈안먼 31주년’ 추모

홍콩, 경찰 3000여명 배치… 긴장 고조
전 세계서 온라인 통해 추모 행렬 동참

대만 총통 “中엔 1년에 364일밖에 없다”
美 “아직 희생자 규모 파악 안 돼” 비판
中, 올해도 침묵… 홍콩선 ‘국가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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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시위 31주년을 맞은 4일 당국이 추모집회를 원천 봉쇄했음에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수많은 범민주진영 지지자들이 촛불을 들고 모여 있다. 홍콩 AP 연합뉴스
톈안먼 시위 31주년을 맞은 4일 당국이 추모집회를 원천 봉쇄했음에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수많은 범민주진영 지지자들이 촛불을 들고 모여 있다.
홍콩 AP 연합뉴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두고 미중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홍콩에서 30년 만에 ‘톈안먼 시위 집회´가 금지됐음에도 시민들은 곳곳에서 추모의 촛불을 들었다. 대만과 미국도 중국의 유혈 진압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며 압박을 이어 갔다. 중국은 늘 그랬듯 침묵을 지켰다.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톈안먼 시위가 벌어진 이듬해인 199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6월 4일이면 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했다.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등으로 반중 정서가 커진 지난해 집회에는 18만명 넘게 모였다. 올해 홍콩 집회가 유독 세계의 이목을 끄는 것은 중국의 실효적 영토에서 열리는 유일한 추모 행사로 홍콩보안법이 본격 시행되면 더이상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날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집회를 불허하고 경찰 3000여명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 집무실이 있는 홍콩정부청사와 중국 정부 파견 인력이 일하는 홍콩 연락판공실 등에는 시위 해산용 물대포도 배치했다. 그럼에도 추모 집회를 이끄는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 회원들은 경찰 금지령을 비웃듯 오후 8시에 ‘진실, 삶, 자유 그리고 저항’을 주제로 톈안먼 시위 31주년 촛불 집회를 시작했다. 홍콩 정부가 금지한 ‘8인 초과 모임’ 규정을 피해 6~7명씩 무리를 지어 빅토리아 공원에서 촛불을 들었다. 톈안먼 시위가 1989년에 열렸다는 사실을 기념하고자 8시 9분에 1분간 묵념도 올렸다.

같은 시간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동참 행렬이 이어졌다. 리척얀 지련회 주석은 “30년간 이어진 역사적 추모 집회를 감염병을 핑계로 금지하는 것은 정치 탄압”이라며 “홍콩인의 저항 의지가 이어지는 한 추모 집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대통령)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중국에서는 1년에 364일밖에 없다. 하루(6월 4일)가 잊히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폼페이오·톈안먼 주역 4인 회동
폼페이오·톈안먼 주역 4인 회동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두 번째) 미국 국무장관이 전날 국무부 청사에서 중국 톈안먼 시위 주역 4명과 만난 모습을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공개했다.
폼페이오 트위터·연합뉴스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톈안먼 시위 참가자 4명을 만났다”며 기념촬영 사진을 공개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31년이 지났는데도 사망·실종자 규모가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중국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중국 베이징에는 엄중한 침묵만 감돌았다. 이날 톈안먼 광장에는 외신 기자 출입이 금지됐다. 중국인 관람객에 대한 검사도 강화됐다. 톈안먼 시위대에 동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가 실각한 자오쯔양(1919~2005) 전 공산당 총서기가 안치된 베이징 창핑구의 민간 묘지 톈서우위안에 경비가 대폭 늘고 얼굴인식 카메라가 설치됐다. 이날 홍콩 입법회는 톈안먼 시위에 대한 공식적인 애도나 언급 없이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을 표결에 부쳐 친중파 주도로 통과시켰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0-06-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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