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의원들 모든 사안 볼 수 없어 청원 전담 ‘청원국’ 설치 필요”

“의원들 모든 사안 볼 수 없어 청원 전담 ‘청원국’ 설치 필요”

이근홍, 신융아 기자
입력 2020-06-02 17:50
업데이트 2020-06-02 18:0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청원제도 실효성 제고 방안은

현재 의원소개·국민동의청원제도 운영
온라인 청원 가능해 의원소개 없애도 돼
獨은 청원국서 1차 정리 후 소관위 회부
국민동의청원, 동의자 수 등 조절도 가능
접수 안건은 폐기 않고 계속 심사 바람직

국민들이 고심 끝에 올린 청원 대부분이 빛도 보지 못한 채 폐기되는 데는 국회의원들이 모든 사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는 현실적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특히 지역 현안이나 여론이 주목하는 사안 외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의원들의 행태가 반복되면서 대다수 청원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되는 운명에 놓여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가까스로 통과된 ‘n번방 방지법’은 당초 국민동의청원제 도입 후 첫 10만 동의를 받는 의미 있는 절차를 거쳐 상임위원회에 접수됐다.

하지만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폐기 위기에 놓였다. n번방 사태의 심각성이 계속 부각되자 가까스로 해당 상임위가 법안을 논의해 본회의로 넘겼지만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원 내용을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국회가 국민 목소리를 곡해할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와 현장의 온도 차를 좁히고 청원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업무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장 직속으로 활동했던 국회혁신자문위원회는 ‘의원소개 청원제도’를 폐지하고 ‘청원국’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청원 방법은 국회의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법 청원을 하는 의원소개 제도와 지난해 12월 생긴 온라인 국민동의청원제도 두 가지가 있다. 국민동의청원제도는 청원자가 100명의 찬성을 받아 청원을 등록하면 국회가 요건을 검토한 후 공개해 30일 안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을 시 정식 청원으로 접수된다.

자문위가 의원소개 제도 폐지를 꺼낸 건 온라인을 통한 직접 청원이 가능한 상황인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청원국을 설치하면 입법 청원 제안의 진전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게 자문위의 주장이다. 자문위는 “의원소개 청원제도가 없는 독일에서는 국회에 청원국을 두고 그 안에서 정책 영역별 전담 부서를 설치해 청원안을 1차로 거른 뒤 국회의장이 소관위원회에 회부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현재는 국회 내에서 청원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이 2명 정도밖에 없어 할 수 있는 업무에 한계가 있다”며 “만약 청원국이 생긴다면 청원심사소위의 역할을 일부분 대체할 수 있고, 나아가 10만 동의를 얻지 못하는 청원에 대해서도 국회가 답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동의청원의 경우 ‘30일·10만 동의’ 문턱이 높은 만큼 기간과 동의자 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2005년부터 전자청원제도를 운영하는 독일의 경우 4주간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공개회의에서 논의하고, 영국은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경우 기간 제한 없이 하원이 논의하게 돼 있다.

현재 청원으로 접수된 안건들은 국회가 종료되면 자동폐기되는데, 10만 동의를 얻은 청원이 단순히 국회 구성원이 바뀐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건 불합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n번방 관련 청원이 국회 종료 직전 10만명 동의를 얻을 경우 본회의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폐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이주영 전 의원은 “의원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청원은 폐기되지 않고 차기 국회에서 계속 심사하도록 해 국민의 청원권을 신장시켜야 한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20-06-03 8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