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연주 때 객석 곳곳 눈물
“투데이 이스 베리 ‘특별한’ 데이 투 미. 디토 체임버스에게 큰 박수 부탁드려요.”클래식 연주회에서 연주자가 마이크를 손에 쥐는 일은 드물다. 연주자가 악기가 아닌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금기나 되는 것처럼. 두 시간 가까이 음악성 짙은 연주로 고조된 현장 분위기와 악흥을 일순간 깨버릴까 조심스러운 것도 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관객이 있는 연주회”
지난 26일 휴관 112일만에 다시 문을 연 서울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다시 청중 앞에 선 소감을 전하며 “이 순간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겠다”라고 말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오후부터 굵은 빗방울이 반복됐던 26일 저녁, 서울 마포아트센터 입구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아직 여전한 감염병의 위험과 궂은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112일 만에 문을 연 공연장을 찾았다. 마포아트센터는 지난 2월 5일 코로나19가 국내에서도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자 정부의 위기단계 ‘심각’ 격상보다 선제적으로 휴관에 들어갔다.
이날 공연장 측은 입구에서부터 1m 간격으로 대기선 표시를 했고,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들도 직원들의 안내와 통제에 적극적으로 따랐다. 마스크 착용, 스마트폰 QR코드를 통한 본인 확인 및 문진표 작성, 비접촉식 체온 확인, 손 세정 등의 단계를 거쳐야 공연장 내 착석이 가능했다.
1m 간격으로 입장하는 관객들
2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를 찾은 관객들이 로비 밖에 1m 간격으로 표시한 분홍색 안내 표시에 맞춰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미국 뉴욕에서 살고 있는 용재 오닐은 이번 공연을 위해 이달 초 입국해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쳤다. 그는 코로나19로 세계 대부분의 공연장이 문을 닫고, 올해 예정됐던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공연 또한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한 위로를 주고 싶다”며 한국을 찾았다.
애초 이번 공연은 용재 오닐의 독주회로 예정됐지만, ‘당신을 위한 기도’(Pray for You)로 공연명을 바꾸고 연주 프로그램과 협연자도 모두 용재 오닐이 직접 변화를 줬다. 프랑스 연주곡들로 구성됐던 프로그램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마왕’, 오펜바흐 ‘재클린의 눈물’,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등 총 11곡으로 채웠다.
코로나 시대 위로하는 두 악사
지난 26일 휴관 112일만에 다시 문을 연 서울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오른쪽)이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함께 슈베르트의 ‘마왕’을 연주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섬집 아기’ 연주 후 용재 오닐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시 무대에 올라 말했다. “오늘 밤 여기 와주신 여러분은 매우 용감한 분들입니다. 지금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죠. 저는 여러분이 그리울 것이고 지금 이 순간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