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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열과 8열… 화염 속 ‘좌석의 기적’

1열과 8열… 화염 속 ‘좌석의 기적’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0-05-24 22:20
업데이트 2020-05-2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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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추락기 생존자 2명의 비밀

주택가 추락… 탑승객·승무원 97명 사망
8열 앉은 무함마드 “3m 높이서 뛰어내려”
다른 생존자는 1열 앉았던 펀자브은행장
이슬람 최대 명절 가족 단위 희생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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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카라치에 추락한 여객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무함마드 주바이르(오른쪽)가 23일(현지시간) 카라치 자택에서 문병 온 친척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카라치 AP 연합뉴스
파키스탄 카라치에 추락한 여객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무함마드 주바이르(오른쪽)가 23일(현지시간) 카라치 자택에서 문병 온 친척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카라치 AP 연합뉴스
“비행기가 추락한 뒤 정신을 차리니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고 눈에 보이는 것은 화염뿐이었습니다. 안전벨트를 풀고 약간의 빛이 보이는 곳으로 가 3m 정도 높이에서 뛰어내렸습니다.”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 주택가에 추락한 여객기에서 살아남은 ‘기적의 생존자’ 무함마드 주바이르(24)는 24일 현지 매체 돈(Dawn)에 사고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탔던 파키스탄국제항공 A320 여객기(PK8303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오후 2시 45분쯤 도착 지점인 신드주 카라치 진나공항 활주로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주택가에 추락했다. 당시 총탑승인원은 99명이었으나 무함마드를 포함해 단 2명만 살아남았다. 나머지 탑승객 89명과 승무원 8명은 추락에 이은 화재로 사망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라마단 종료 후 이어지는 명절)를 맞아 여행에 나선 가족 단위 탑승객이 많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생존자는 1열에 앉았던 펀자브은행장인 자파 마수드로 고관절과 쇄골이 부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무함마드는 ‘8F 좌석’(8열)에 앉아 있었다. 그는 “비행기가 추락할 줄 아무도 알지 못했다”며 “착륙을 앞둔 시점까지 순조로운 비행이었는데 갑자기 기체가 크게 흔들리더니 기장이 ‘엔진에 이상이 생겼고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방송했다”고 밝혔다. 그는 AP통신에 “엄청난 불과 연기를 봤고 사람들이 울었다.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며 “기체 밖으로 몸을 던졌고 누군가 나를 구급차에 태웠다”고 말했다. 무함마드는 화상을 입었지만 다른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의 진술에 따르면 사고 직후에는 생존자가 더 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추가 생존자는 없었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훼손이 심해 21구만 신원이 확인됐고 나머지는 유전자(DNA)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여객기 기장은 사고 직전 관제탑 교신에서 “엔진이 멈췄다”며 “구조 요청”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20-05-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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