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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정은경’ 허준과 혜민서, 400년前 역병 어떻게 이겨냈나

‘조선의 정은경’ 허준과 혜민서, 400년前 역병 어떻게 이겨냈나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0-05-14 17:54
업데이트 2020-05-15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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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조선, 역병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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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감염병이 돌았을 때 허준은 감염병 예방 수칙을 알렸다.
조선에 감염병이 돌았을 때 허준은 감염병 예방 수칙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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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감염병이 돌았을 때 허준은 감염병 예방 수칙을 알렸다. 오늘 한국에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역할인 셈이다. 연합뉴스
조선에 감염병이 돌았을 때 허준은 감염병 예방 수칙을 알렸다. 오늘 한국에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역할인 셈이다.
연합뉴스
‘환자를 상대하여 앉거나 설 때 반드시 등지도록 한다’, ‘집안에 시역(時疫)이 유행하면 처음 병이 걸린 사람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한 후 밥 시루에 넣어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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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집필한 온역에 관한 의서 ‘신찬벽온방’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허준이 집필한 온역에 관한 의서 ‘신찬벽온방’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명의 허준(1539~1615)은 1613년 광해군의 명으로 온역(溫疫·티푸스성 감염병)에 대응하는 의서 ‘신찬벽온방’(보물 1087호)을 편찬했다. 격리 상태의 온역 환자와 불가피하게 접촉해야 하는 의원이나 가족을 위한 주의 사항을 자세히 소개했다. 부득이하게 고가의 약물을 사용하는 처방을 할 땐 감당할 만한 사족(士族)들이 나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가에서 활인서와 혜민서를 설치한 것은 죽어 가는 사람을 의약으로 구하려는 뜻에서이다. 이처럼 백성이 질병이 있어도 오히려 관원을 두어 구제하는데, 하물며 병든 자보다도 더 다급한 버려져 구걸하는 아이들이야 어떻겠는가.”

●역병 대응 의서 편찬… 긴급구호 명령

1783년 정조는 흉년과 전염병으로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긴급구호 명령인 ‘자휼전칙’을 제정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무엇보다 약자 보호에 힘쓴 군주의 자세가 지금 시대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에 마련된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는 지금보다 훨씬 가혹했던 전염병의 참상과 더불어 공포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선조들의 분투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역사가 전하는 전염병 극복의 지혜와 교훈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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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상화집 ‘등준시무과도상첩’에 실린 김상옥 얼굴에 두창으로 인한 ‘얽은 자국’이 남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 초상화집 ‘등준시무과도상첩’에 실린 김상옥 얼굴에 두창으로 인한 ‘얽은 자국’이 남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두창 자국 선명… 정조의 아들도 역병

조선시대 대표적인 전염병은 두창이었다. 마마, 천연두로도 불리는 두창은 종두법 실시 이전까지 무수한 인명을 앗아갔다. 조선 중기 예학자 정경세가 두창으로 죽은 아들을 기리며 쓴 제문에는 애끓는 슬픔이 오롯이 담겨 있다. 1774년 특별시험인 등준시 무과 합격자의 초상화첩 ‘등준시무과도상첩’에 실린 18명 중 김상옥 등 3명의 얼굴에는 ‘얽은 자국’이 남아 있다. 국왕도 자식을 전염병으로 잃었다. 정조와 의빈 성씨 사이에서 태어난 장자 문효세자(1782~1786)의 장례 기록인 ‘문효세자예장도감의궤’에는 홍역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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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명을 받아 어의 강명길이 편찬한 종합의서 ‘제중신편’.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정조의 명을 받아 어의 강명길이 편찬한 종합의서 ‘제중신편’.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역병을 극복하려는 조정과 민간 의료진의 노력은 의서 편찬으로 이어졌다. 정조와 어의 강명길의 합작품인 표준의서 ‘제중신편’, 정약용이 지은 홍역 전문 의서 ‘마과회통’, 두창 예방법인 종두법을 소개한 이종인의 ‘시종통편’, 지석영의 ‘우두신설’ 등이 전시에 나왔다. 호구마마, 호구별성 등 무속신을 그린 민화와 석조약사불은 전염병의 공포를 신앙으로 이겨 내고자 한 백성의 간절한 마음을 보여 준다. 6월 21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0-05-1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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