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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처럼 익숙한 계절성 유행, 그게 코로나 종식”

“독감처럼 익숙한 계절성 유행, 그게 코로나 종식”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입력 2020-05-11 18:04
업데이트 2020-05-12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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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전염병들의 종말’ 비교 보도

항생제 있는 페스트엔 여전히 불안감
매년 수십만명 죽는 독감은 공포 적어
코로나, 의학적 아닌 사회적 종식 올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이며 백악관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왼쪽)와 브렛 기로이르 복지부 부장관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이며 백악관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왼쪽)와 브렛 기로이르 복지부 부장관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대체 코로나19는 언제 끝나는 걸까?”

요즘 전 세계인이 기다리는 건 코로나19의 ‘끝’이다. 그런데 전염병의 종식은 두 가지로 정의된다. 하나는 환자와 사망자 수가 곤두박질치는 의학적 종식이며, 나머지는 감염 공포가 사그라드는 사회적 종식이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요즘 사람들은 코로나19의 의학적 종식보다 공황에서 벗어나 질병과 함께 사는 데 익숙해지는 때를 갈망하고 있다. 하버드대 역사학자 앨런 브랜트는 “경제 재개방을 둘러싼 논쟁에서 보듯, 코로나19 종식에 관한 많은 질문의 답은 의료와 공중보건 수치가 아니라 사회·정치적 과정을 통해 나온다”고 설명했다.

NYT는 역사적 전염병들이 어떤 종말을 맞았는지 돌아봤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1만 1000명을 사망하게 한 에볼라는 아일랜드에서 단 한 건의 물리적 감염 없이 사회적인 공포만 키웠다. 당시 더블린 지방 병원 응급실에 에볼라가 창궐한 나라 출신 청년이 도착하자, 간호사들이 숨고 의사들은 병원을 뛰쳐나갔다. 암 때문에 응급실에 온 청년은 의료진 기피에 한 시간 뒤 사망했는데 에볼라 음성이었다.

지난 2000년간 인류를 괴롭혀 온 ‘흑사병’이라 불리는 선페스트는 아직 종식되지 않은 대표 질병이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1을 없앤 흑사병은 20세기 초까지도 맹위를 떨쳐 수백만명 단위로 목숨을 빼앗았다. 쥐벼룩이 숙주라 인간만 치료해선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없다.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함에도 간혹 감염 사례가 한 건만 나와도 당장 사회적 공황 상태를 가져온다.

의학적·사회적 종말을 모두 맞은 전염병 중엔 3000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쓸었던 천연두가 있다. 병에 걸리면 발진으로 열이 난 뒤 고름으로 가득한 반점이 생기고 흉터가 남았다. 엄청난 고통을 수반했고 10명 중 3명이 숨졌다. 하지만 1977년 이후 더이상 자연적 감염이 보고되지 않았다. 효과적인 백신이 있으며, 동물 숙주가 없어 인간의 질병만 제거하면 완전히 사라진다. 또 피부에 나타나는 매우 특이한 증상으로 감염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격리하고 접촉을 추적할 수도 있었다.

사회적으로만 종식된 전염병은 독감(인플루엔자)이다. 1918년 발생한 독감은 전 세계 5000만~1억명을 죽게 한 뒤 매년 비교적 양성적인 독감의 변종으로 진화해 돌아오고 있다. 당시 기세에 비해서 양호하다는 것이지 결코 만만치 않다. 1968년 홍콩에서 일어난 독감은 미국인 10만명을 포함해 전 세계 100만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여전히 계절성으로 유행하며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지만 사람들은 커다란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학자들은 코로나19가 의학적 종식보다 사회적 종식을 먼저 맞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제약에 지친 사람들이 늘어나고 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심화되면 백신이나 치료약 개발과 상관없이 대유행 종식을 선언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일부 주에선 시기상조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용실, 네일숍, 체육관 등의 영업을 허용하며 제한을 해제했다.

예일대 역사학자 나오미 로저스는 “공중보건 공무원들은 의학적 종식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대중은 사회적 종말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20-05-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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