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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우중캠핑/장세훈 논설위원

[길섶에서] 우중캠핑/장세훈 논설위원

장세훈 기자
입력 2020-05-10 22:32
업데이트 2020-05-1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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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근교 캠핑장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아직은 실내보단 야외에서의 활동이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우리 가족과 딸아이의 친구네 가족까지 모두 세 가족이 모였다. 비가 오는데도 오래전 계획한 일이라 예정대로 진행했다.

텐트 앞 타프(그늘막) 밑에 모여 앉았다. 비는 타프 위로 떨어지며 특유의 소리를 냈고, 한강 위로 스멀스멀 물안개를 피어오르게 했으며, 잡내를 없앤 듯한 싱그러운 내음도 만들어 냈다. 아이들이 비옷을 풀어 헤치고 질퍽한 잔디밭을 뛰어다녀도 이를 말리는 어른 한 명 없었다. 어른들은 비를 느꼈고, 아이들은 비를 맞았다. 온전히 비를 즐겼다. 별것 없는 이 광경이 모처럼이라 더욱 귀하게 여겨졌다.

당일치기로 계획했던 우중캠핑은 헤어짐을 서운해하는 아이들의 눈물캠핑으로 끝났다. ‘아니, 초등학교 4학년씩이나 됐는데 울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학교로, 학원으로 끌려다니듯 바삐 움직이다 코로나19로 생애 처음 외톨이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친구가 그리울 만했다. 아이들의 육체적 건강만 염려하다 정신적 건강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닌지. 코로나19는 이렇듯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기도 한다.

shjang@seoul.co.kr
2020-05-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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