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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의 패션’ 제이크루 몰락… 美 소매업 줄도산 위기

‘미셸 오바마의 패션’ 제이크루 몰락… 美 소매업 줄도산 위기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0-05-05 22:12
업데이트 2020-05-0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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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대형 소매업체 첫 파산보호신청

500여개 점포 폐쇄로 9억달러 손실 추정
백화점 브랜드 니만 마커스 등 파산 준비
AP “몇주 내 소매업계 부도 더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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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명 중저가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가 코로나19의 충격파를 넘지 못하고 끝내 파산보호 신청을 낸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제이크루 매장을 지나가고 있다. 뉴욕 게티/AFP 연합뉴스
미국 유명 중저가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가 코로나19의 충격파를 넘지 못하고 끝내 파산보호 신청을 낸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제이크루 매장을 지나가고 있다.
뉴욕 게티/AFP 연합뉴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맹폭에도 힘겹게 명맥을 유지해 왔던 미국 대표 대형 소매업체들이 바이러스의 일격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올 초 오프라인 매장을 대거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를 비롯해 고급 백화점인 니만 마커스 등도 파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유명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가 코로나19의 충격파를 넘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제이크루의 몰락은 온라인 쇼핑이 ‘뉴 노멀’ 트렌드로 자리를 굳히면서 설 곳이 좁아진 전통 기업의 줄도산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AP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즐겨 입는 것으로도 유명한 제이크루가 코로나19 사태 여파에 미 대형 소매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AP는 “주정부가 시차를 두고 경제정상화의 시동을 걸고 있지만, 여전히 수천개 점포가 문을 닫고 있다”면서 “몇 주 안에 소매업계의 부도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제이크루 모기업인 치노스 홀딩스는 이날 버지니아 동부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법 11장에 따라 파산보호신청(법정관리 제도)을 냈다고 밝혔다. 재무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16억 5000만 달러(약 2조 220억원)의 부채에 대한 지배력은 채권자인 앵커리지 캐피탈 등에 넘어간다. 파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채권단은 4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에 제이크루는 지난 3월 500개가량의 점포를 폐쇄했는데 그에 따른 손실은 9억 달러가량으로 추정된다. 제이크루 측은 “구조조정 기간 동안 온라인 사업은 정상적으로 운영되며 향후 매장을 다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에 밀려 고전해 온 소매업체들의 명을 코로나19가 재촉하는 상황이다. 당장 럭셔리 백화점 브랜드 니만 마커스 그룹, JC페니 등이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처럼 직원들이 무급 강제휴직에 들어간 업체도 적지 않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이동제한령에 따라 매장을 찾는 손님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미 정부의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은 이들의 ‘급한 불’조차 끄지 못한 셈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 지난 3월에만 의류와 액세서리 판매량이 50% 이상 감소했다”면서 “더 많은 매장이 문을 닫은 4월 실적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보이며 온라인 매출도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의 4월 소매업체 매출 실적은 다음주 발표 예정이다.

1947년 저가의 여성용 의류를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한 제이크루는 1990년대 미 전역에 점포를 확장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캐주얼하고 현대적인 패션스타일인 ‘프레티 룩’으로 유명하며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09년 취임식 때 미셸과 두 딸이 제이크루 브랜드의 옷과 장갑 등을 착용하고 나오면서 ‘대통령 가족의 의류 브랜드’라는 명성을 얻은 것은 엄청난 광고 효과가 됐다. 2011년에는 최고급 브랜드들의 경쟁장인 뉴욕패션위크에 디자인을 선보인 최초의 대중패션업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과의 경쟁에 밀리는 등 매출 하락을 거듭했고, 2017년에는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하기도 했다. NYT는 “제이크루가 지난 1월 새 CEO를 임명하고 브랜드의 재건을 계획했다”면서 “하지만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이 같은 구상이 무산됐고, 결국 파산까지 이르렀다”고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5-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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